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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점거에도 책임 면제, 그러니 또 점거한 것

[사설: "4번 점거에도 책임 면제, 그러니 또 점거한 것," 조선일보, 2022. 7. 23, A35쪽.]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 파업이 8000여억원의 매출 피해를 남긴 채 51일 만에 노사 협상 타결로 종료됐다. 극렬 투쟁에도 노조는 임금 30% 인상 등 당초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고 사측의 4~7%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다른 대부분 근로자들은 파업 없이도 이 인상안에 동의했었다. 대체 무엇을 위한 파업이었나.

파업 참가 노조원 120여 명 가운데 6명은 옥포조선소 1독(선박 만드는 작업장)을 불법 점거해 난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위험 인화 물질인 시너를 반입했다. 1명은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자기 몸을 가둔 채 농성을 벌였다. 자기 목숨을 무기로 한 자해 공갈과 다름없다. 이로 인해 선박 건조 라인이 마비되고 선박 인도 마감일을 못 맞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거제 시민들이 파업 중단을 아무리 호소해도 불법 농성을 계속했다. 같은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대우조선 노조마저 ‘일하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민노총은 파업 지원 집회까지 열면서 불법을 조장했다.

하청노조가 당초의 ‘임금 30% 인상’을 포기하면서 막판 협상에 매달린 것은 손해배상 소송을 면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파업 중단 요구를 외면한 채 불법을 저질러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쳐 놓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협상하느라 또 며칠이 흘러갔고 손실액이 불어났다. 결국 타결된 합의안에 이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불법 파업 이전에도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작년 4월부터 올 5월까지 4차례나 독을 점거하고 임금 인상,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장의 핵심 시설을 장악하고 이를 볼모로 극렬 투쟁을 벌여도 그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으니 이런 일을 또 벌인 것이다.

대우조선이 입은 8000억원의 매출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다. 왜 했는지도 모를 명분 없는 불법 파업 때문에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민노총 계열의 강성 노조가 툭하면 불법 파업에 나서고 견디다 못한 사측이 책임을 면제해주고 타협하는 악순환이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극렬 파업을 벌인 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우조선 불법 파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불법에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불법은 영원히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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