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탈원전] 한전 망가뜨린 사람들이 요금 인상도, 채권 발행도 못하게 하다니
2022.12.15 10:04
한전 망가뜨린 사람들이 요금 인상도, 채권 발행도 못하게 하다니
[사설: "한전 망가뜨린 사람들이 요금 인상도, 채권 발행도 못하게 하다니," 조선일보, 2022. 12. 9, A35쪽.]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6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경영난을 덜어주려는 이 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갔다. 그런데 본회의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 토론에 나선 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뛰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라며 법안 부결을 호소했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다. 탈원전 한다며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더니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 올랐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5년 내내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그사이 유가가 출렁이며 한전 적자가 쌓여 갔다. 한전은 문 정부 5년간 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지만 작년 10월 단 한 차례 올린 것이 전부였다. 올 초에도 인상을 요청했지만 다음 정부 부담으로 떠넘겼다.
그 결과 한전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1조원을 넘었다. 연말까지 3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총 15.1% 올렸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도 올라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그 때문에 한전은 올 들어서만 23조여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 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마저도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요금을 못 올리게 막아 적자를 키우더니 이제는 그 적자를 메울 채권 발행도 못하게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를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도 못하게 막는 것이다. 한전을 파산이라도 시키겠다는 건가.
민주당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당초 상임위 논의에선 법안에 찬성했다. 그런데 막상 표결에 들어가자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부터 기권표를 던졌다. 전날 환경단체들이 한전채 한도 증액에 반대한다는 항의 서한을 국회의원들에게 발송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민주당은 부결 후 “산자위 차원의 여야 합의였을 뿐 당론은 아니었다”고 했다. 국회 제1당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여당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표결에는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58명만 참여했다. 야당의 후안무치와 여당의 나태, 무책임이 합작해 한전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