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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폭력적 노동운동의 종말

[박은호, "종북·폭력적 노동운동의 종말," 조선일보, 2022. 12. 12, A35쪽.]

1995년 설립된 민노총이 27년 역사에서 벌인 총파업이 40회 가까이 된다. 한 해 두 번 이상 총파업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처럼 화물연대가 투표로 파업을 자진 철회하고, 민노총 지도부 역시 당초 14일로 예고한 ‘2차 총파업’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사실상 ‘백기 투항’ 하고 나온 것이다. 일단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법과 원칙’이 통했다.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는 민노총의 모순된 운동 방식이 곪을 대로 곪았고, 민노총은 거기에 걸려 제 발에 허물어진 것이라고 본다.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는 분들을 여럿 보았다. 독재 국가 북한을 옹호하고, 대화보다 주먹을 앞세우고, 내 뜻과 다른 반대편은 무조건 적으로 모는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 조직이 어떻게 ‘민주 단체’냐는 것이다. 그 앞자리에 민주노총이 있다. ‘주한미군 철수’ ‘사드 배치 철회’ ‘통진당 이석기 석방’은 민노총 집회의 단골 구호다. 올해 광복절 시위 땐 북한 노동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내온 ‘련대사’를 낭독하고, 그 글을 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전국 미군기지를 돌며 ‘양키 고 홈(Yankee go home)’ 시위까지 벌였다. 시대착오적인 ‘친북 반미’가 그들에겐 여전히 금과옥조다.

북한의 강제노동 실상은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노동 환경이 열악한 정도를 넘어 ‘북 주민 열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노예 상태’라는 인권단체 보고서도 있다. 민노총이 이런 북한의 비참한 노동권·인권 실종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북한의 노동 문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으면서 ‘미국과 싸우자’고 외치는 노조를 어떻게 민주노조라고 부를 수 있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데 대화라면 몸서리부터 치는 조직이 민노총이다. 민노총 27년 역사가 말해준다. 2005년 온건파 집행부가 노사정 대화 복귀를 안건으로 올리자 회의장에 시너·소화기를 뿌리고 집기를 부수는 등 난투극을 벌이는가 하면, 이듬해엔 경쟁 단체인 한국노총 위원장을 대낮 길거리에서 폭행하고 한국노총 건물에 들어가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정부와 대화를 시도한 민노총 위원장이 두 번이나 중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 결과 1999년 노사정 대화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온 이후 민노총은 지금껏 ‘사회적 대화’와는 담을 쌓아 왔다. 걸핏하면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조직이 민주노동 운동을 표방한다고 해서 민주노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이다. 정부와 사용자, 노조 외부의 단체가 노조 운영을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조 자치주의는 어디까지나 노조의 민주성이 전제될 때 국민이 수긍한다. 독재 국가를 옹호하는 노조, 폭력적인 노조,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노조에까지 노조 자치를 무한정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민노총은 노조 자치주의, 민주노조의 정당성을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본다.

길거리 전투, 정치 투쟁에 매달리는 민노총과 달리 선진국 노조는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영국노조는 1980년대, 일본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노동운동이 쇠락하면서 정부, 사용자를 상대로 실용적이고 유연한 협상 전략을 펴고 있다. 독일은 1976년 ‘공동결정법’ 제정으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명문화할 정도로 노동자의 발언권이 높다. 그런데 올 3월 테슬라가 공동결정법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독일에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고, 단체교섭까지 거부했지만 독일 금속노조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4만개가 생기는 경제 효과를 앞세운 것이다. 민노총은 이런 선진국 노조의 변신을 따라 할 생각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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