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 된 한국, 국정 전체 재설계해야
2023.03.02 11:26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 된 한국, 국정 전체 재설계해야
[사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 된 한국, 국정 전체 재설계해야," 조선일보, 2023. 2. 23, A31쪽.]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재작년보다 0.03명 줄어 0.78명을 기록했다. 2020년 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불과 2년 만에 0.7명대로 내려가며 불명예 세계 기록을 또 경신했다. OECD 38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뿐이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합계 출산율 1.59명의 절반도 안 된다. 더 심각한 것은 하락 속도다. 2000년 한국 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보다 높았는데 2018년(0.98명) 1명대가 무너진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대표 국가인 일본조차 2021년 합계 출산율이 1.30명 수준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전 세계 최악의 인구 쇼크가 덮쳤지만 속수무책이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뒤 실시한 모든 대책이 소용없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10년 만에 절반이 됐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까지 문을 닫고, 지방 대학은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소아과가 속속 폐업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나라를 ‘수축 사회’로 만든다. 생산 인구 감소로 세입은 줄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난다. 국가가 총체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게 된다. 사실상 망한다는 뜻이다. 젊은이들 취업이 힘들고, 터무니없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이 힘들며,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저출산국을 만들었다.
이대로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교육 개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연금 개혁안은 2025년부터 출산율이 반등해 2046~2070년 1.21명대 출산율을 유지하는 낙관론을 전제로 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부터 저출산에 총력 대응한 결과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2015년 1.45명으로 높였고 코로나 와중에도 1.30명대를 유지했다.
우리도 저출산 대책이 곧 성장과 경제 정책이라는 생각으로 범국가적 총력전을 펴야 한다. 일자리·주거·육아·교육·이민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양육 친화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 나라에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