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사설: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북 주민 참상 기록하고 알려야
2024.01.04 16:10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북 주민 참상 기록하고 알려야
[사설: "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북 주민 참상 기록하고 알려야," 조선일보, 2023. 12. 28, A35쪽.]
정부가 ‘북한 인권 증진 종합 계획’의 하나로 국립북한인권센터를 짓기로 했다. 북한 인권침해 실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이다. 홀로코스트는 ‘대학살’이란 뜻이다.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북한의 실상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탈북민 증언을 토대로 작성해 지난 3월 공개한 북한 인권 보고서엔 북한 주민들의 끔찍한 참상이 담겨 있다.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켰다고 임신 6개월 여성을 2017년 처형하고,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16~17세 청소년 6명을 2015년 원산에서 공개 총살하는 곳이 북한이다. 정치범 수용소 등 각종 구금 시설에선 고문과 비밀 처형뿐 아니라 생체 실험까지 자행되고 있다. 탈북했다 잡혀온 임신부가 낳은 아이를 그 앞에서 죽였다. 1990년대 중반에 북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수많은 주민이 북한을 탈출했고 그중 여성들은 인신매매로 팔려나갔다.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 대접을 받아보았다”고 한다. “북에서 우리는 짐승이었다”고 증언한다.
이런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해 우리는 누구보다 분노하고 앞장서 알려야 할 입장이다. 그럼에도 북한 인권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시할 국립 기관이 아직 하나도 없다. 친북 정권들은 아예 북한 정권 편을 들었고 보수 정권들은 끈질긴 관심이 없었다.
통일 전 동독은 서독으로 넘어가다 잡힌 사람들을 총살하거나 수용소에 감금하는 등 여러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했다. 서독은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만들어 동독의 인권침해 관련 증거를 차곡차곡 수집·기록했다. 서독은 이를 통해 끊임없이 동독 정권을 압박했고 통일 후에는 수집한 증거를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북한인권센터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정파와는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2016년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면서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했어야 하지만, 민주당이 7년째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진보는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민주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보수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