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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사드]

헌법재판소 “사드 배치, 기본권 침해 가능성 없다”

성주 주민들 헌법소원 허용 안돼


[이슬비, "헌법재판소 “사드 배치, 기본권 침해 가능성 없다”, "조선일보, 2024. 3. 29, A19쪽. 기자]

헌법재판소는 28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 주민 등이 “평화적 생존권, 건강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을 각하(却下)했다.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사드 배치로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 자체가 없어 헌법소원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관 전원(9명) 일치 의견으로 내린 결정이다.

이 헌법소원은 한미 양국이 2017년 4월 사드 배치를 위한 협정을 맺기 직전에 청구됐다. 성주와 김천 주민, 원불교 교도 등이 청구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는 바람에 평화적 생존권, 건강권, 환경권,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사드 배치 협정이 국민을 침략 전쟁에 휩싸이게 해 평화적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은 외부의 무력 공격에 대한 공동 방위를 목적으로 하고 이에 따른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실험,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각종 도발에 대응하는 방어 태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헌재는 “청구인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이 바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사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소음의 위험성은 전파법상 인체 보호 기준과 생활 소음 규제 기준에 현저히 미달하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의 0.189%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헌재는 “사드 배치 부지 일대에 원불교 성지가 있다고 하지만 주한 미군이 부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특정 종교 교리를 침해하거나 청구인들의 신앙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사드 배치 협정이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면서 “청구인들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모두 각하한다”고 결론내렸다.

이날 헌재 결정은 이 사건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7년 만에 나온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청구인들이 국방부, 외교부 등을 상대로 관련 소송을 냈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청구인들은 2017년 2월 국방부를 상대로 사드 배치 사업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 각하 판결이 나오는 데 6년이 걸렸고 이후 항소심 각하 판결에 11개월이 더 걸렸다. 법원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이라는 사실만 확인하는 데 7년을 끌었던 것이다.

또 청구인들은 2017년 4월 외교부를 상대로 사드 부지 제공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이 소송도 1심 각하에 3년 8개월, 항소심 각하에 1년 1개월, 대법원 확정에 4개월 등 총 5년 1개월이 소요됐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재판 지체를 일으키면서 헌재 결정도 늦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특히 사드 배치처럼 근거 없는 괴담으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은 법원과 헌재가 제때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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