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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관계]

文, 잘린 아이 손목 앞에서 궤변 또 해보길

올해로 30년 돼 가는 수십, 수백만 北 주민 아사 일제 때도 없던 일
그 시기 북 정권은 세계 최대 김씨 묘 건축
북에 가 '발전' 찬양한 文 탈북민에게 그 궤변 해보라


[양상훈, "文, 잘린 아이 손목 앞에서 궤변 또 해보길," 조선일보, 2024. 6. 6, A26쪽. 기자]

우리 민족은 많은 고난과 참화를 당했다. 그런데 대규모 참화 중의 하나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는 북한 사람들이 ‘미공급 시대’라고 부르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지 30년 되는 해다. ‘1995~1996년부터’라는 얘기가 많지만 “1994년 봄에 갑자기 배급이 끊어졌다”고 증언하는 탈북민도 여럿 보았다. 이로부터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인류사에 기록될 대기근이다. 그 여파로 주민 대탈주와 세계사에 찾기 힘든 북한 여성 집단 인신 매매가 벌어졌다. 민족 최대의 참화와 수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북한 대량 아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면 ‘미스터 존스’라는 영화를 보시길 권한다. 스탈린 시대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다룬 영화인데 여러 면에서 북한 기근과 닮았다. 제 나라 국민 수백만이 굶어 죽는데 모스크바에서는 매일 파티가 벌어진다. 공산당은 국민 살리기가 아니라 정보 통제, 보도 통제에만 혈안이 돼 있다(북에서도 정보 통제로 평양 사람들조차 기근 실태를 몰랐다). 필자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인육을 먹을 것 같은 장면 앞에서 TV를 껐다.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북한도 도처에서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

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함경도에서 평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일주일 걸린다. 첫 역에서 잠시 내렸는데 역 전체가 누워 있는 사람들로 가득해 발을 디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상했다.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바닥엔 끈적끈적한 액체가 있었다. 벌레도 보았다. 안전원들이 돌아다니며 쏴죽인다고 소리쳤다. 다음 역, 그다음 역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탈북민은 “길에 시체가 여기저기 있었다. 나중에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너무 죽어서 관이 없었다. 밤에 다른 묘지를 파서 관을 훔쳤다. 곧 관 없이 묻었다”고 했다.

어린이와 노인의 피해가 더 컸다. 한 탈북민은 “내 아이 인민(초등)학교 같은 반 12명 중 4명이 졸업했다”고 했다. 부모가 굶어 죽은 아이들은 집단 수용됐는데 결국 대부분 죽었다. 수용소에서 탈출하면 꽃제비가 된다. 꽃제비들은 토굴을 파고 모여 살았다. 이들도 사람이었다. 한 탈북민은 “꽃제비 때 예쁜 여자아이와 마음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내 무릎을 베고 눕더니 ‘오빠, 졸려’라고 했다. 그러고 죽었다”고 했다.

그때 북한 사람들이 먹은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상한 것, 모든 풀, 모든 옥수수 껍질, 모든 뿌리를 먹었다. 잠시 허기를 모면한 대가는 지독한 변비였다. 나무로 변을 긁어냈다. 그러고서 결국 죽었다. 돼지 똥을 모아 물에 풀면 뭔가 건더기가 남는데 그걸 먹었다는 사람도 보았다. 한 탈북민 가족은 쥐를 미행했다. 쥐 굴을 찾으면 그걸 팠다. 거기에 쥐가 모아놓은 쌀, 옥수수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걸 먹고 연명했다. 일제 때도 없던 일이 북 김씨 치하에서 벌어졌다.

북한 전 지역, 전 계층에서 각자도생이 만연했다. 군인들은 총 든 강도로 바뀌었다. 보위원과 경찰은 칼 든 강도가 됐다. 주민들은 장사에 나섰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북한을 탈출했다.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들은 중국에 도착하면 나이, 용모에 따라 값이 매겨져 중국 농촌, 산골로 팔려갔다. 이들이 당한 폭행과 비참한 삶은 듣기도 힘들다.

어쩌면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호화로울지 모를 김일성의 묘(금수산 기념궁전)는 바로 이때 만들어졌다. 아마도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은 충분히 살렸을 돈으로 평양에 1인용 최고급 대리석 거대 묘지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또 수십만 명을 더 살렸을 돈으로 핵폭탄을 만들었다. 북한 김씨들과 특권층은 어떤 심성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들에게 북한 주민은 가축이다. 북 주민이 소를 잡아먹으면 사형이기 때문에 소보다 못한 가축이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낸 자서전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 발전상’을 높이 평가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고 연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 부분을 자신이 직접 넣었다고 자랑했다. 그가 북한이란 감옥에 주민들이 갇혀 최악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대통령으로서 죄악이다. 알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사악한 것이다.

최근 탈북민 한모씨 사연을 들었다. 어린 아들과 둘이 두만강을 넘었는데 중국 공안에 붙잡히고 말았다. 북송되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았다.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갖고 있던 면도칼로 자기 손목을 잘랐다. 피가 솟구쳤다. 아들이 이를 보고서 “아빠, 나도요”하고 손목을 내밀었다. 아들 손목을 자른 한씨의 심정은 지구상 누구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놀란 공안이 놓아줘 두 사람은 결국 탈북에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들 부자 앞에서 ‘북한 발전, 뜨거운 가슴, 민족 자존심, 불굴의 용기’ 등 그 궤변을 다시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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