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양극화 해소]

좌편향·우편향, 동시에 고쳐야 한다

지금 경제 위기의 본질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탓하고 애매한 땜질 처방 넘치기 때문
미국 정도의 경제적 자유와 스웨덴 수준 복지 모델로
든든한 사회안전망 위에 시장경제 원칙 굳게 지키자

[변양호, "좌편향·우편향, 동시에 고쳐야 한다," 조선일보, 2024. 9. 23, A34쪽. 前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보수와 진보 진영은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에는 우편향과 좌편향이 함께 존재하는데 보수 진영은 좌편향만을, 진보 진영은 우편향만을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진보 진영은 좌편향을 더 좌측으로 몰아가고 있다. 양곡 관리 법안이나 노란 봉투 법안 등을 보면 확연히 그렇다. 보수 진영은 보수의 가치인 시장경제 원칙을 보존할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따뜻하기만 하면 보수가 아니고 진보이다. 시장경제 원칙을 회복하면서 따뜻해야 의미 있는 보수가 된다.

우편향은 성장 우선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아직도 복지 시스템은 미흡하다. 사회적 지출의 GDP 대비 비율은 2022년 기준 14.8%로, OECD 국가 평균인 21.1%에 한참 못 미친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좌편향은 시장경제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인력이라도 해고하기 어렵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복잡한 근로시간 제도, 약자에 대한 대출 확대와 저금리, 신용 사면 요구 등 수많은 약자 지원 정책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적 자유가 침해되고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어 왔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비즈니스 하기 어렵다.

그런데 취약한 복지 제도와 시장경제 원칙의 훼손은 동전의 양면이다. 원래 약자 보호는 복지 제도·사회 안전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쉬운 방법인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방법을 택했다. 해고를 어렵게 하고 최저임금을 높게 책정했다. 만약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되어 약자를 보호할 수 있었다면 노동 관련 제도는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었을 것이고 최저임금 제도도 생산성 수준의 임금 지불을 거절하는 악덕 기업주를 제재하는 정도로 운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취약한 복지 제도 때문에 시장경제 원칙은 훼손되고, 그래서 경제는 시들고, 약자 지원 필요성은 더 커지고, 시장경제 원칙은 더 훼손되고, 경제는 더 시들면서 약자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된 것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약자는 경제정책·제도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으로 보호하고 시장경제 원칙은 회복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시 날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야 할 단계가 이미 지났다.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만들려면 복지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복잡다기한 복지 제도를 단순화하면서 효과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부가가치세율을 높이고 각종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 복지 제도의 근간을 저소득층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고소득자 위주로 세금을 내게 하는 부(負)의 소득 세제로 전환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복지 지출과(현재 GDP 대비 14.8%) 국방비 지출의(2.7%) 합이 스웨덴 수준이(25%) 되도록 높여야 한다. 경제정책을 통해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높여야 한다.

복지 지출을 스웨덴 정도로 확대하면서 미국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경제 역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미국 정도의 규제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민간이 현재의 규제가 미국의 규제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을 소명하면 그 넘어서는 규제는 폐지하는 방법이다. 전략적 첨단 산업 지원 문제만을 정부와 민간이 협의하고 나머지 경제는 그냥 민간에 맡겨야 한다. 대규모 집단 규제도 폐지되어야 하고 해고 등 노동 관련 제도도 모두 미국 수준으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 유연성을 비롯하여 미국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는 만큼 기업의 지배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집중 투표제 등을 통해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기업 경영도 지배 주주 가족 이익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원칙을 회사 정관에 명시하고 준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율과 상속세율을 낮춰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의 경제발전 모델은 ‘한국 주식회사’였다. 정부가 기업과 하나가 되어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부의 경제 개입은 지속되었지만 그 내용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변해갔다. 약자를 사회 안전망이 아니라 경제정책·제도로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제 모델을 바꿔야 한다. 든든한 사회 안전망 위에 시장경제 원칙을 굳게 지키는 모델로 바꿔야 한다. 미국 정도의 경제적 자유와 스웨덴 정도의 복지 지출 모델로 가야 한다. 혁명 수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좌편향과 우편향을 동시에 고쳐야 한다.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전체] 현대사회문제--주제들 1503
공지 [전체] 현대사회문제--추천사이트들 1919
94 러의 대북 군사 지원에 비례해 우크라 지원을 22
93 "여기가 법정인가" 피의자 취급당한 국감 증인의 항변 20
92 韓 '괴물 미사일' 아버지의 건배사 12
91 부족 정치의 시대, 엄격한 법 집행이 답이다 20
90 박정희의 마지막 국군의 날, 그날의 일기장엔 32
89 북·중·러 모두 핵 폭주, 무력한 국제사회 22
88 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 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23
87 25년간 화석연료 비율 '86→82%', 이것이 실상 28
86 김정은 믿자던 사람들 우라늄 공장 보곤 또 무슨 궤변 할까 24
85 간첩 혐의자 100명 적발하고도 수사 못했다 28
84 김정욱 선교사 北 억류 4000일... 美 "석방하라" 18
» 좌편향·우편향, 동시에 고쳐야 한다 17
82 몰락하는 김정은 정권을 위해 나팔 부는 사람들 16
81 안보 각자도생… 세계 국방비 3000조원 18
80 文 '진짜 혐의'는 건들지도 못했다 16
79 臨政 애국자들과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는가 13
78 광복회장과 '건국 부통령' 이시영 24
77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광복절에 이 소동을 벌이는가 19
76 제헌국회는 왜 헌법에 臨政을 명기하지 않았나 17
75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부르면 친일파라는 황당한 기준 23
74 국가별 핵탄두 보유현황 18
73 전기차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17
72 전기차를 위한 약간의 변호 17
71 "北은 종교 자유 보장" 이런 사람을 대통령 부인이 만났다니 19
70 우리 바다에 10년간 유입되는 삼중수소 11
69 마지막 경고: 대한민국 성교육의 진실 36
68 오염수 괴담 1년, 거짓에 반성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 19
67 이유도 없는 '대통령 탄핵' 40
66 또 탄핵 서바이벌 24
65 빨치산을 양민 희생자로 둔갑 시킨 과거사위 22
64 '文정부 때 댐 중단 안 했더라면' 20
63 1950 애치슨 라인, 2025 트럼프 라인 20
62 국민 세금 3조원으로 대잔치 벌인 문 정부 25
61 28년 만의 상속세 개편안 '현실감' 들지 않는 이유 23
60 대장동 일당과 가짜 뉴스 합작, 진짜 배후 있을 것 45
59 쳐다보기 민망했던 채 상병 청문회 30
58 막다른 길에 선 韓 안보 핵무장론 14
57 개정 헌법의 전문, 무엇을 넣고 뺄 것인가? 8
56 美 '핵 확대' 선회하면 韓 '핵 확보' 기회 찾아야 10
55 文, 잘린 아이 손목 앞에서 궤변 또 해보길 20
54 민주당, 또 "MBC 사수" 다시 "방통위원장 탄핵" 11
53 나랏빚 폭증시키며 그 실태는 숫자 조작으로 속였다니 6
52 위기의 대한민국 정통 세력, 되살아날 방도는? 15
51 객관적 사실보다 김정은 말을 더 믿는다는 전직 대통령 23
50 ‘민주 건달’ 개탄했던 어느 사회주의자의 訃告 26
49 서울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학생·교사 권리 책임 균형을 22
48 北 6·25 때 학살한 종교인 1700명, 뒤집힌 진실 바로잡아야 20
47 헌법재판소 “사드 배치, 기본권 침해 가능성 없다” 29
46 헌재 “사드 배치 기본권 침해 안 돼” 이 결정에 7년 걸린 나라 23
45 천안함 음모론자 줄줄이 출마, 국민 상식 두렵지 않나 32
44 4·10 총선에 정권이 걸렸다 41
43 김성한, 대만해협과 한반도 안보는 불가분 관계다 29
42 中 대만 침공 땐 한반도 불붙는데 ‘무슨 상관 있냐’는 李 대표 26
41 ‘다 퍼주기’ 이 대표가 “아르헨티나 된다” 걱정한다니 25
40 1% 지지 종북 정당에 최대 5석 주고 정책까지 연대하는 민주당 21
39 ‘파묘’의 800만 흥행을 보며 시부야 스카이를 떠올린 까닭 50
38 종북 세력 국회 진입으로 더욱 시급해진 대공수사권 복원 36
37 헌법 가치 훼손, 이젠 위험 수위다 20
36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결과가 사기 천국”이란 판사의 개탄 22
35 위기감 나토 국가들 ‘참전’ 언급, 유럽에 번지는 불길한 조짐 15
34 저급 주사파 ‘경기동부’ 국회 대거 진출을 돕는 李대표 34
33 이승만과 박정희는 ‘진보 우파’ 혁명가… 기득권과 싸우며 건국·부국·호국 이뤄 37
32 국민을 역사의 까막눈으로 만든 ‘백년전쟁’의 침묵 31
31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수출 자제해야 하나? 24
30 우리의 소원은 자유·민주·인권·법치다 21
29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를 극복하려면 36
28 ‘건국전쟁’ 62만명, 이제야 걷히는 이념 전쟁의 장막 뒤 42
27 6·25때 “서울 남으라” 했다? 런승만 연설은 없었다 36
26 나발니 미스터리… 러 정보요원 교도소 방문 이틀 후 사망 28
25 차 마시고 의식 불명, 목 맨 시신… 푸틴에 맞선 인사들 2년새 50명 의문사 28
24 건국 전쟁의 바른 견해 29
23 尹 집무실 팻말 뒤편 36
22 납득 안 되는 국회의원 연봉, 평균 가구소득 수준으로 내려야 19
21 재판 지연 간첩 피고인들 무단 퇴정, 방치한 판사 탓 크다 55
20 서독은 끝까지 동독의 2국가 체제 요구를 거부했다 16
19 美, 15년 만에 英에 핵 재배치, 對韓 核정책도 유연해져야 9
18 한국보다 15배 규모인 미국 경제가 1.8배 성장한 비결 18
17 자유·민주 지킨 대만 선거, 한국 총선에 주는 의미 11
16 “남조선이 대한민국이라고?” 25
15 역사 왜곡한 픽션이 가득한 '서울의 봄' 21
14 우크라이나 전쟁과 ‘1938년의 순간’ 27
13 한국, 흑사병 때보다 인구 감소 심각 29
12 19~34세 청년층 82%가 미혼, 결혼 꺼리니 출생률도 급락 37
11 민심 잃은 시진핑 정권, 어디로 가고 있나 19
10 현진권, 상속세 논쟁, 팩트가 중요하다 15
9 30년 철벽 수능, ‘문어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18
8 4월 총선 대차대조표 28
7 툭하면 전산망 먹통, ‘무조건 대기업 배제’ 재검토해야 14
6 고쳐 쓸 수 없는 정당 19
5 그들의 새 질서 23
4 나라를 빚더미 만든 장본인이 野 됐다고 “국가 부도 우려 28
3 아웅산 테러 40년, 하나도 안 달라진 ‘깡패 국가’ 북한 36
2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미동맹 70년 19
1 교육에도 자유를 許하라 26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