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핵보유국이 북핵 안 막으면 NPT 흔들릴 것
2016.09.28 10:39
[사설: “中 등 핵보유국이 북핵 안 막으면 NPT 흔들릴 것,” 조선일보, 2016. 9. 18, A19.]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 5개국'(P5)은 16일 워싱턴에서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5개국 대표들은 5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 노력에 호응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이 성명이 허망한 이유는 핵 보유 5개국들이 정작 꼭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이들 5개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핵무기 미(未)보유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개발할 기회를 갖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골자다. 안보상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조약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1969년 UN총회에서 이 조약을 채택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200개 가까운 나라가 정식 비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조약은 핵 미보유국이 핵 위협을 받을 경우 핵 보유 5개국이 적극 개입해 해소시킬 정치적․도의적 의무를 갖는 것을 전제로 성립한 것이다.
북한이 5차에 걸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핵 보유 5개국들은, 특히 마음만 먹으면 북의 핵․미사일 개발을 좌초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은 이런 핵 위협을 해소할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중국은 오히려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4일 일본 외무상에게 유엔 대북 제재에는 찬성하지만 개별 국가의 일방적 제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통제 가능한 안보리 제재는 상관없지만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도 있는 미․일 등의 압박 조치는 반대한다는 뜻이다. 북핵 위협보다 북한 정권 존립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NPT 10조는 '조약 당사국은 비상사태로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경우 조약에서 탈퇴할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핵보유국들이 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핵 협박을 받는 미보유국은 생존을 위해 모든 대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