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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강규형,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조선일보, 2016. 11. 2, A34; 명지대 교수․현대사.]


지난해 인기를 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실화에 기반한 걸작이었다. 독일의 정교한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깨기 위해 영국 정보국은 암호 해독 팀을 구성했고, 앨런 튜링 박사가 중심이 된 이 팀은 결국 그 목적을 이뤘다. 이로써 영국은 독일의 교신과 작전을 손바닥 보듯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유럽 전선에서의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말을 앞당겨 적어도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으며, 전쟁의 결과를 바꾸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에서 튜링을 도우는 영국 정보국 정예 요원 중에 '존'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존 케인크로스(Cairncross)란 실존 인물로서 영국 정보국에 있는 일급 소련 스파이였다. 당시 영국 정보국에 국내를 담당하는 MI5나 국외를 담당하는 MI6나 소련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들이 우글우글했다. 이 중 최고위급까지 올라간 스파이 일당을 역사는 케임브리지 파이브(Cambridge Five)라 부른다. 전부 엘리트로서 최고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대를 나왔기에 부쳐진 이름이다. 케인크로스는 그 다섯 번째 멤버였다. 영화에서 이 다섯 명의 이름이 다 거론되지만 관객들은 그 의미를 모르고 그냥 넘어가 버렸다.


영화에서 돈 매클린으로 거명되는 도널드 매클린(McLean)이란 인물은 특히 한국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 사람이기에 나의 귀에 더욱 크게 들렸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과 직후에 영국 정보국 미국지부장을 지낸 사람으로 미국과 영국 사이에 기밀을 교환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그에게 들어간 중요한 기밀이 스탈린에게 고스란히 배달됐다. 그중 하나는 한반도가 유사시 방어선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NSC-48이었고, 이 기밀을 보고받은 스탈린은 기쁜 마음으로 김일성과 박헌영을 모스크바로 불러 남침을 지시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6․25전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스탈린의 기대와는 달리 UN을 통해 대한민국의 방어에 나섰다. 그 사이 미국 외교 브레인의 교체가 있었고 NSC-48의 약점을 간파한 폴 니체(Nitze)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국 외교의 근간을 바꾸는 NSC-68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어느 지역에서건 공산 세력의 확장을 막지 않으면 심리전에서 밀려서 결국 세계의 공산화가 이루어질지 모른다며 적극적인 방어와 국방 예산의 대폭 증가를 요청했다. 이 와중에 터진 6․25전쟁은 NSC-68의 자동적인 승인을 가져왔고 미국의 남한 방어가 이뤄졌다.


케임브리지 5의 수장은 스파이 역사에서 제일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킴 필비(Philby)였다. 명문가 출신의 그는 MI6의 방첩국장으로 스파이 그룹을 총괄하면서 중대 기밀을 소련에 넘겼다. 기밀이 새나가는 것을 간파한 영국 정부가 방첩망(counter-intelligence)을 가동하자 필비와 매클린은 각각 다른 시기에 소련으로 탈출했고, 소련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살았다. 반면 케인크로스는 체포돼 반역죄로 오랜 징역형을 살았다.


이들은 소련에 가본 적도 없고 소련과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조국인 영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소련을 마음의 조국으로 삼아 공산전체주의에 부역을 했을까. 바로 대학 시절 당시 영국을 풍미한 마르크스 사상에 빠져 인류 역사는 특정한 단계를 밟을 수밖에 없고 그 종착역은 공산사회라는 역사관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착각을 가지고 소련의 스파이가 돼 반역 행위를 했다. 필비는 소련에서 1988년 사망했다. 소련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사실 필비는 몇 년을 더 살아야 했다. 그래서 1989~90년에 동구 공산권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꿈'이 헛된 것이었음을 자각했어야 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가 NL(민족해방)파니 PD(민중민주주의)파니 하는 여러 자생적인 공산 이론이 대학가를 장악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전통적인 역사관과 사회관을 부정하는 수많은 좌익 사상과 역사관이 우리 마음을 장악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수많은 한국판 킴 필비들이 각 분야에서 기성세대로 활동하는 장이 된 느낌이 있다. 특히 이 논쟁에서 승리한 NL파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했고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꼭 북한의 사주를 받아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존재하는 우리 안의 NL 심리가 더 무서운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앞둔 이 시점에 한국 사회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큰 장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벌어지는 역사관 논쟁도 결국 이런 진지(陣地)전의 한 형태인데 워낙 NL 진지가 견고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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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92
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8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6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3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2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108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102
9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1183
8 보수가 떠나고 있다 1047
7 국가보안법 존속돼야 1048
6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1138
5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1180
4 만약 적화통일이 된다면 1226
3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1004
2 대구(大邱) ‘미래포럼’ 시국大토론회 1150
1 위기의 대한민국 구하자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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