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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의 우상: 포용주의

2006.06.21 11:18

관리자 조회 수:1862 추천:241

[고려신학대학원 최덕성 교수,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의 우상: 포용주의,” 기독교보, 2004. 12. 18, 6쪽.]

지난 주 기독교보에 실린 김상복 목사의 시론 '영적 하나 됨을 축하하자'는 "한기총과 KNCC의 조속한 단일화를 기원한다.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교회의 연합일치운동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본다. 교회의 하나 됨은 영적인 것이므로 정치적 사안의 견해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속히 하나가 되도록 하자고 한다. "예수를 믿으면 이미 우리는 하나이다. 성령세례로 모두가 한 몸의 지체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근년의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은 그 북소리가 강하여 마치 기독교의 제1계명처럼 들릴 정도이다. 그 행진에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이단으로 취급당하고,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면 진리에 반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연합일치운동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에는 한국교회는 너무 분파적이다. 비신학적인 동기로 너무 많이 분열되어 있다. 신자들의 친교를 단절시키고 효과적인 선교활동을 방해하고 사회적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분파 현상을 한국교회가 청산해야 할 우선적 과제이다.

한국교회의 연합일치운동은 기독교인들의 상호 관용적인 태도,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는 마음,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유익한 면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따라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신학을 창출하자고 한다. 신학적 포용주의 태도를 취한다. 자유주의와 종교다원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신학을 포용하는 '세계교회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진리에는 등을 돌리고 이단사상에는 마음을 열고 있다. 전통적인 교회들의 신학적 정박지 이동을 재촉하고 있다.

1. 교회연합일치운동의 방향

교회연합일치운동에 앞장서는 고신교단의 어느 신학자는 교회간의 신학적 차이가 연합일치를 거부할 만큼 본질적이고 심각한 것인지 따져보자고 한다. '오늘의 신학은 교리논쟁의 신학에서 벗어나 다원화 사회에서 대화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신학이어야 할 것이다'고 한다. "신학이 복음의 해석 작업이라면 항상 새롭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할 수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찌 함께 부름을 입었음을 알면서 홀로 옳음을 주장하며 남의 소리를 외면해 버릴 수 있을 것인가?"하고 주장한다.

또 "생명력을 상실한 고답적인 교리지상주의만을 외치고 있지나 않은지'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학적 다양성 수용을 거부하는 정통주의 태도를 '교리지상주의'라고 지탄한다. 고신교단이 연합운동의 주류에서 멀리 있는 것과 자유주의계 교회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비가맹교단이라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개탄한다. 이러한 발상은 모두 자유주의 신학을 가진 에큐메니스트들의 상투적인 시각이다.

한장연의 모체인 한장협은 가입 교단의 총회장들의 이름으로 '교회 일치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장로교단들은 신앙의 본질적 항목들에 결코 분열될 만큼 의견의 차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우선 협의회를 통해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지향해야 하다가 결국은 하나의 한국장로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지향하면서 연합활동을 하다가 종국에 단일 교단으로 통합하도록 한다고 했다.

한장연 한 관련자는 교회가 "과거 분열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허위구조, 즉 정통성 수호라는 미명 아래 교인들에게 강요해 온 모든 허위구조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구원, 사회구원을 각기 외치면서 교회가 진보, 보수로 나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이며, 한국의 진보교회와 보수 교회가 일치하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수계 교회들이 '성경만이 유일한 계시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 교회일치는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보수 진보를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신학수립을 주창하고 있다. '교회화합과 일치를 위한 신학수립'을 호소한다. 보수신학과 진보신학, 장로교,감리교,성결교,침례교가 가진 다양한 신학과 교리를 포괄할 수 있는 신학을 만들어 낼 것을 요청한다. '열린 신학', '특정 교리에 매이지 않는 신학'을 강조한다.

교회연합일치운동 단체들은 "신학의 창조적 다양성을 인정하자", "정통신학과 자유주의 신학을 동시에 포용하자", "신학에 대한 고집이 곧 한국교회 일치의 저해요인이다"고 하는 말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WCC는 지난 반세기 동안 다양한 신학과 교리를 수용하는 신학을 만들어 냈다. 포용주의 신학(theological inclusivism)이 그것이다. 모든 종류의 신학을 포용하는 반면에 어느 것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하면서 종교다원주의로 치닫고 있다.
고대교회의 공의회 운동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에큐메니칼 운동인 반면에 WCC를 비롯한 현대교회의 연합일치운동은 진리를 등지는 에큐메니칼 운동이다. 전자는 '진리 중심의 일치운동'이고 후자는 '기구 중심의 일치운동'이다.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은 보수주의 신학과 진보주의 신학을 아우르고,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를 뛰어넘고, 사도적 신앙과 탈사도적 신앙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초월하는 새로운 신학을 생산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기구적 일치,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신앙고백적 일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이러한 운동에 보수계 합동측과 고신측 목회자들이 가담하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2. 한기총과 KNCC의 단일화

한기총은 보수계 62개 교단으로 구성된 에큐메니칼 단체이다. 대정부관계, 대사회관계, 구호사업, 민족사업, 정의실현, 평화, 민족문제, 윤리실천 따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회자정운동, 가족회복운동, 사회봉사운동, 교회중흥운동을 전개한다. 이 단체의 활동은 KNCC가 펼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립학교 교정의 단군상 철폐운동에 앞장서고 보안법철폐반대운동을 펼치는 것이 다른 점이다.

한기총은 보수계열 교회들의 연합체이지만 정통 교리, 성경적 진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표방하지는 않는다. 교리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가지며 포용주의적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기장, 기감 같은 자유주의 신학을 수용하는 교단들까지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교단 인사들에게 설교를 부탁하기도 하고, 자유주의 신학을 용인하는 통합측 인사가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KNCC는 대부분 자유주의 신학을 지향하거나 그것에 대해 포용주의 태도를 가진 교회들로 구성된 단체다. 어떤 특정한 교리나 법규를 고집하지 않으며 모든 회원교회들이 간직하고 있는 교회의 경험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사회, 통일, 인권, 평화, 민족문제, 가톨릭교회와의 일치, 시국대책, 노동환경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KNCC는 1924년에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출범했다. 일제말기에는 신도이데올로기를 '고백'하는 이단 친일 배교 단체였다. 광복 후에는 친일파 인사들이 주도해 왔다. 이 단체는 이단과 오설(誤說)에 대해 완벽하게 침묵하고 있다. 자유주의, 종교다원주의, 세속주의에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WCC의 한국지부 격 단체이며, WCC의 로고를 사용한다.

고신교단 총회는 한기총과 KNCC의 단일화를 지지하는 결의를 한 바 있다. 두 단체가 단일화되면 고신교단을 포함한 보수계 교회들은 결국 WCC에 종속될 것이다. 이런 저런 형태로 자유주의, 신신학,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에 열린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주를 사랑하여 바친 교인들의 헌금은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기독교의 중추적인 교리를 거부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성경의 권위는 무시되고 다양한 신학사조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미국장로교회의 좌경화와 그 이후의 역사가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 준다.

WCC의 최종 목표는 로마가톨릭교회[천주교회]와 일치하는 것이다. KNCC도 한국천주교회와 일치를 위한 연례행사를 거듭해 오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의 최종 목표는 로마교와의 단일화이다. 고신교단이 한기총과 WCC의 기구 단일화를 찬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로마가톨릭교회와 통합을 찬성한 것과 다를 바 없다.

3. 신학적 포용주의

칼빈은 사소한 교리적,도덕적 문제로 교회가 분리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본 반면에 우상숭배를 행하는 거짓교회, 중추적인 교리를 거부하는 집단에서 분리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보았다. 교회라는 이름은 가졌으나 교회라 할 수 없는 거짓교회가 있다. 거짓교사, 이단자를 용납하고 포용하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다. 이러한 교회와의 교제를 단절하고 성별하는 것이, 그리스도와 일치한다는 것이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개혁주의 교회관의 핵심이다.

진보계 교회들의 특징은 표리부동이다. 교회의 공적 고백문서에서는 이단 교리를 명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자, 종교다원주의자를 자파 신학교 강단에 세운다. 이단과 거짓교사를 제재하지 않고 묵인, 방조한다.

한신대학교의 김경재 교수는 기장측의 조직신학자이다. 그는 여호와, 알라, 하늘님이 이름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신이라고 주장한다. 등정로(登頂路)가 다를 뿐 정상에 이르는 것은 마찬가지이듯이 기독교, 불교, 도교, 힌두교, 이슬람은 모두 절대자에게 이르는 구원의 길이라고 한다. 기장은 그를 제재할 의사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의 사상을 선호하고 있다. 그가 목사안수를 받은 것을 보면 예수를 믿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 경우에도 "예수를 믿으면 이미 우리는 하나이다. 성령세례로 모두가 한 몸의 지체가 되어 있다"고 말할 것인가?

에큐메니트들이 자주 인용하는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지키라'(엡4:3)는 바울의 가르침은 기구적 단일화 운동이나 포용주의 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에 해당하는 말씀이 아니다. 사도들이 전해 준 복음교리로 하나 된 교회에 분열을 가져오는 이단사상과 거짓교사를 경계하고 순수한 복음사역에 더욱 전력할 것을 가르치는 말씀이다.
진리와 오류, 정통과 비정통, 거짓과 참을 하나 되게 하는 일은 헛된 노력이다. 정통신학을 천명하는 교회가 교리, 성경관, 신앙고백에 타협을 해야 비로소 연합일치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배교적이다. 사도신경을 고백하면 고백공동체로 충분하며 나머지 교리는 사치스런 것이라고 보는 것은 사도들의 가르침과 종교개혁 전통에 대한 모독이다.

한국교회 연합일치운동은 "대사회적 신인도 제고와 영향력 확대"를 동기로 진행되고 있다. 뭉쳐서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창11:4)고 하고 있다. 단결하여 기독교의 힘을 과시하자는 것이다. 그리스도적 동기(진리 안에서의 일치)가 아니라 아볼로적인 동기(개인적인 이유, 인도주의)로 추진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 로마가톨릭주의, 신신학, 기타 여러 가지 사변신학을 수용하고 교리-신학의 순수성과 교회의 순수성을 포기하는 탈정통신학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교회가 성령운동, 체험신앙, 사회참여에 전력을 기울이는 반면에 교리와 신학에 대한 느슨한 태도를 가진 연합일치운동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교회를 괴멸시킬 폭탄장착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교회들이 연합하고 신앙고백이 같은 교회들끼리 기구적으로 하나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신앙고백적 일치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포용주의적 하나 됨 운동은 회칠한 무덤이다. '진리 안에서의 일치'가 분명한 조건으로 제시되는 하나 됨만이 그리스도께서 인정하는 에큐메니즘이다.

미국의 주류 개신교회들이 무분별한 교회연합일치운동 때문에 추풍낙엽처럼 교인수가 감소되고 정체성을 상실한 나머지 교회가 소시얼오르간(social organ)으로 퇴락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신교단의 사명과 존재의의가 무엇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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