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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017.08.16 10:53

oldfaith 조회 수:26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선우정,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조선일보, 2017. 8. 16, A30쪽.]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평안북도에서 태어났다. 가난을 겨우 벗어난 자작농 집안이었다. 고향에서 소학교를 나와 경성에서 사범학교를 마치고 귀향해 교편을 잡았다. 해방을 고향에서 맞았지만 공산주의를 경험한 얼마 후 월남했다. 그 후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세상을 뜰 때까지 북쪽 가족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전후에 태어난 나는 아버지의 그런 향수(鄕愁)를 공감하지 못했다. 내가 공감한 것, 그리고 지금껏 감사하는 것은 짧은 공산주의 경험을 토대로 고향을 등진 70년 전 아버지의 탁월한 선택이다.

세상을 뜬 지 30년이 지났지만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너무 모른다"는 아버지 음성이 또렷하다. 그만큼 거듭 말했다. 월남 직후 아버지가 남쪽 동창에게 들은 말은 "양키와 친일파, 악질 자본가, 악질 지주, 간상모리배, 반동분자가 판을 치고 있는 너절한 이곳을 왜 찾아왔느냐"는 핀잔이었다. 북한 소식을 접할 방법이 없는 남쪽 출신일수록 자신이 살고 있는 남한에 대한 멸시가 강했다고 한다. 그럴수록 북에 대한 환상도 심했다. 아버지는 일생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가족이 볼 때도 '왜 저러시나' 하고 의아해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실향민에겐 독특한 사고방식이 있다. 아버지를 보면서 알았다. 우리 현실을 판단할 때 종종 고향의 현실과 대비하는 일종의 버릇이다. 그들이 남쪽 타향에서 환영받았을 리 없다. 변변한 재산도 가져오지 못했다. '삼팔따라지' 소리나 들으면서 밑바닥에서 시작한 인생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우리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적응하려고 했다. 고향의 가혹한 현실과 대비하는 습관 때문이다. 물론 내 주변 실향민에게 느낀 한정된 경험이다. 극소수라고 믿지만 남쪽행(行)을 후회한 실향민도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반공(反共) 이야기를 자주 했다. 실향민의 입버릇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 소리가 싫어졌다. 공허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 공허한 '안티테제'가 우리 현대사에 가져온 엄청난 결과에 놀랐다. 1948년 우리는 처음으로 '국민 주권' 원리가 적용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었다. 그 후 숱한 풍파를 거치면서 이 원리는 돌이킬 수 없는 국가의 기본으로 다져졌다. 1953년 우리는 6·25전쟁 휴전과 함께 미국과 동맹을 맺었다. '반공' 깃발을 흔들면서 한반도를 떠나는 미국을 설득하고 위협하면서 맺은 동맹이다. 동맹이 아니었다면 한반도는 지금껏 크고 작은 전쟁에 시달렸을 것이다. 동맹이 가져다준 안정의 토대에서 우리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완전히 들어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번영이다. 이들 이외에 해방 후 남북이 확연히 다른 길을 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아버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두 해 전 세상을 떴다. 상당수 실향민이 그랬듯 아버지 역시 올림픽을 봤다면 복받치는 감격에 울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 국민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성공을 기뻐했다. 실향민은 여기에 다른 감동을 더 느꼈다. "이런 너절한 곳에 왜 왔느냐"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향을 등지고 선택한 체제의 멋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을 맞아 경축사를 발표했다. 그가 실향민의 가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그의 참모였다면 우리 현대사의 성공도 언급할 것을 건의했을 듯하다. '이명박'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이기 때문에 더 울림이 컸을 것이다. 국민은 더 감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친일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는 말이 '해방 후' 언급의 거의 다였다. 해방 직후 월남한 아버지가 친구에게 들은 '너절한 나라' 소리를 다시 듣는 것 같았다. 대통령은 여기에 건국절 논쟁까지 더했다. 꼭 이랬어야 할까.

문 대통령은 '해방 후'보다 '해방 전' 이야기를 주로 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큰 가치를 부여했다. 물론이다. 대통령 언급대로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다. 하지만 미국이 흘린 피가 없었다면 '19 45년 8월 15일 해방'은 없었다.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동맹이 아니었다면 해방 후 우리의 오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정된 경축사에 근현대사 전부를 담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일정한 비중으로 언급은 했어야 한다. 좌우 균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독립투쟁보다 번영의 현대사와 동맹의 가치가 더 소중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5/20170815018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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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법조인·교수 1만여명 "文정부 통일교육,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62
96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92
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8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6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3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2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108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102
9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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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가보안법 존속돼야 1048
6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1138
5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1180
4 만약 적화통일이 된다면 1226
3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1004
2 대구(大邱) ‘미래포럼’ 시국大토론회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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