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의 안정적 유지가 우선이다
2005.06.07 15:23
[김영호 교수, 조선일보, 2005년 4월 6일, A35쪽.]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냉전적 사고틀을 벗어나지 못한 비현실적 전략이다. 이 전략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의 파기로 이어질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허장성세의 국가전략이 '독트린'으로 불린 역사적 전례는 없다.
균형자(均衡者)는 저울대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는 국가를 말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비동맹, 중립주의 노선이다. 또한 이 전략은 정책 선택의 폭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여타 국가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국력 계산법은 완전히 틀렸다. 현재 미국의 국방비는 동북아 5개국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3배 이상이나 많다. 지금까지 미국이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지역 평화를 유지해 왔다. '어깨'들에 둘러싸인 환경이 좋지 않은 동네에서 한국은 한·미 동맹 덕택에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균형자론은 탈미(脫美) 자주화 노선으로 미국에 비칠 것이다. 그리고 국력 셈법을 무시하고 한국이 무한대의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또한 탈냉전기의 국제정치 현실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냉정적 발상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다. 21세기 세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실현한 제1국가군(群), 그러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러시아·중국 및 동구권의 제2국가군(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판매의 온상이 되고 있는 파탄국가와 불량국가로 구성되는 제3국가군(群)으로 재편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냉전적 발상인 '북방 삼각'과 '남방 삼각'의 구분에 따른 균형자론이 아니라 세 개 국가군의 구분에 기초한 차별화된 실용주의적 외교전략이다. 북한은 이 중 제3국가군에 속한다. 북한의 핵 보유와 뒤이은 지역적 핵 도미노현상은 동북아지역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다. 북한에 의한 세력 균형 파괴정책에 대해서는 대비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같은 화려한 수사어를 구사하기보다는 조용히 국력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할 때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찰거머리처럼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이유는 미·일 동맹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전략은 역사적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지 않고 국력의 한계 내에서 국익을 우선시하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이 국가전략의 요체이다.
한·미 동맹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되고 있는 '동북아 50년 장기 평화'의 버팀목이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장기 평화의 시기'를 21세기에도 유지하기 위한 '한·미 안보 공동 선언'을 채택하는 것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정부 주도의 21세기 국가전략의 모색이 뚜렷한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초당파적인 '한·미(韓·美) 민간 공동위원회'를 상설화시켜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한·미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냉전적 사고틀을 벗어나지 못한 비현실적 전략이다. 이 전략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의 파기로 이어질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허장성세의 국가전략이 '독트린'으로 불린 역사적 전례는 없다.
균형자(均衡者)는 저울대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는 국가를 말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비동맹, 중립주의 노선이다. 또한 이 전략은 정책 선택의 폭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여타 국가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국력 계산법은 완전히 틀렸다. 현재 미국의 국방비는 동북아 5개국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3배 이상이나 많다. 지금까지 미국이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지역 평화를 유지해 왔다. '어깨'들에 둘러싸인 환경이 좋지 않은 동네에서 한국은 한·미 동맹 덕택에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균형자론은 탈미(脫美) 자주화 노선으로 미국에 비칠 것이다. 그리고 국력 셈법을 무시하고 한국이 무한대의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또한 탈냉전기의 국제정치 현실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냉정적 발상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다. 21세기 세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실현한 제1국가군(群), 그러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러시아·중국 및 동구권의 제2국가군(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판매의 온상이 되고 있는 파탄국가와 불량국가로 구성되는 제3국가군(群)으로 재편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냉전적 발상인 '북방 삼각'과 '남방 삼각'의 구분에 따른 균형자론이 아니라 세 개 국가군의 구분에 기초한 차별화된 실용주의적 외교전략이다. 북한은 이 중 제3국가군에 속한다. 북한의 핵 보유와 뒤이은 지역적 핵 도미노현상은 동북아지역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다. 북한에 의한 세력 균형 파괴정책에 대해서는 대비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같은 화려한 수사어를 구사하기보다는 조용히 국력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할 때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찰거머리처럼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이유는 미·일 동맹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전략은 역사적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지 않고 국력의 한계 내에서 국익을 우선시하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이 국가전략의 요체이다.
한·미 동맹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되고 있는 '동북아 50년 장기 평화'의 버팀목이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장기 평화의 시기'를 21세기에도 유지하기 위한 '한·미 안보 공동 선언'을 채택하는 것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정부 주도의 21세기 국가전략의 모색이 뚜렷한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초당파적인 '한·미(韓·美) 민간 공동위원회'를 상설화시켜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한·미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