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남쪽 친구들’의 궤변
2005.08.07 13:50
[류근일, 조선일보, 2005. 5. 17, A34쪽.]
김정일의 핵 보유 선언은 그들의 핵 개발이 단순한 벼랑 끝 전술도 아니고, 협상력 높이기도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김정일은 정말로 핵무기를 갖기로 작정한 것이고, 핵 덕택으로 살든지 핵 때문에 죽든지, 둘 중 하나로 나가기로 작심한 것이다. 김정일로서는 설령 만에 하나 핵을 포기할 생각이 들더라도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와서 핵을 포기하면 ‘위대한 영도자’의 무오류(無誤謬)의 권위는 끝장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핵 보유 선언은 숱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우선 ‘햇볕’만 쬐어주면 김정일이 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던 위인들이 영 우습게 돼버렸다. 그리고 통일부장관 정동영씨 같은 사람도 꼴이 아주 사납게 돼버렸다. ‘북한에 못 가본 통일부장관’이 될까봐 더 안달이 난 듯,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이지, 이미 보유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던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말장난을 준비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일이 이렇듯 난감해지자 저들은 또 새로운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김정일이 핵을 가지기로 작정한 것은 미국 부시 대통령의 대북(對北) 강경정책 때문이라는 ‘책임 떠넘기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의 일이었다. 그리고 김정일은 핵을 만들지 않기로 국제적으로 약속한 그 무렵(1994년)에도 비밀리에 핵 만들기를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었다.
저들의 궤변은 계속된다. 이제는 김정일이 ‘핵 보유국’이 됐으니 미국이 그것을 인정하고 ‘김정일 살리기’ 카드를 조건 없이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인즉 “서로 양보해야” 운운하지만, 결국은 미국더러 김정일 떼쓰는 대로 다 들어주라는 것이다. 예컨대 전 대통령 김대중씨 같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말했다.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책임 있는 한 당사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로 인해 6·25전쟁 같은 동족상잔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점에서라도 김정일과 타협하라는 것이다. 며칠 전 그가 어느 대학에서 했다는 강연의 한 대목이다.
하지만 6·25 동족상잔은 결코 분단 자체의 탓이 아니었다. 스탈린-모택동-김일성 합의하에 ‘인민군’이 탱크를 밀고 남쪽으로 쳐들어 오지만 않았더라면, 6·25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기야 ‘남한’이 있었기에 남쪽으로 쳐들어왔다는 논리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애당초 분단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런 명명백백한 사실들을 ‘김정일 감싸기’ 세력은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외면 정도가 아니라 6·25전쟁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궤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이 너무 궁지에 몰려서 저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오늘처럼 만든 것은 한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며 귀신도 아니다. 북한을 저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김정일 자신일 뿐이다. 세계의 공산권이 붕괴했을 때 그는 지금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꼭 한 가지, 개혁 개방이 자신의 절대권력을 위협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인민이 먹고살 길보다는 자기 개인의 절대권력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 김일성조차도 자기가 세운 나라가 ‘굶어죽는 나라’라는 실상을 보고받고서는 경련을 일으키며 경악했다지 않는가. 북한 정보기관에서 일하다가 탈북한 어느 인사에 의하면 김일성은 그 즉시 아들을 제치고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하는 등 모든 것을 털려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어떻게 했기에 오죽하면 그 아버지까지 그랬겠는가.
한국의 자칭 진보파가 진정한 이성적 좌파가 되고 싶다면 김정일의 잘못된 노선을 온갖 궤변으로 감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초래한 북한 주민의 고통을 가슴 아파해야 한다. 북한의 주인은 북한 주민이지, 한 사람의 ‘실패한 독재자’일 수 없다. 김정일과 그의 ‘남쪽 친구들’이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미국이 아니라, 언제인가는 깨어날 북한 주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가에 일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아침 햇살처럼 수구좌파의 캄캄한 어둠과 미망을 걷어낼 날을 고대한다.
김정일의 핵 보유 선언은 그들의 핵 개발이 단순한 벼랑 끝 전술도 아니고, 협상력 높이기도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김정일은 정말로 핵무기를 갖기로 작정한 것이고, 핵 덕택으로 살든지 핵 때문에 죽든지, 둘 중 하나로 나가기로 작심한 것이다. 김정일로서는 설령 만에 하나 핵을 포기할 생각이 들더라도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와서 핵을 포기하면 ‘위대한 영도자’의 무오류(無誤謬)의 권위는 끝장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핵 보유 선언은 숱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우선 ‘햇볕’만 쬐어주면 김정일이 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던 위인들이 영 우습게 돼버렸다. 그리고 통일부장관 정동영씨 같은 사람도 꼴이 아주 사납게 돼버렸다. ‘북한에 못 가본 통일부장관’이 될까봐 더 안달이 난 듯,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이지, 이미 보유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던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말장난을 준비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일이 이렇듯 난감해지자 저들은 또 새로운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김정일이 핵을 가지기로 작정한 것은 미국 부시 대통령의 대북(對北) 강경정책 때문이라는 ‘책임 떠넘기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의 일이었다. 그리고 김정일은 핵을 만들지 않기로 국제적으로 약속한 그 무렵(1994년)에도 비밀리에 핵 만들기를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었다.
저들의 궤변은 계속된다. 이제는 김정일이 ‘핵 보유국’이 됐으니 미국이 그것을 인정하고 ‘김정일 살리기’ 카드를 조건 없이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인즉 “서로 양보해야” 운운하지만, 결국은 미국더러 김정일 떼쓰는 대로 다 들어주라는 것이다. 예컨대 전 대통령 김대중씨 같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말했다.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책임 있는 한 당사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로 인해 6·25전쟁 같은 동족상잔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점에서라도 김정일과 타협하라는 것이다. 며칠 전 그가 어느 대학에서 했다는 강연의 한 대목이다.
하지만 6·25 동족상잔은 결코 분단 자체의 탓이 아니었다. 스탈린-모택동-김일성 합의하에 ‘인민군’이 탱크를 밀고 남쪽으로 쳐들어 오지만 않았더라면, 6·25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기야 ‘남한’이 있었기에 남쪽으로 쳐들어왔다는 논리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애당초 분단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런 명명백백한 사실들을 ‘김정일 감싸기’ 세력은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외면 정도가 아니라 6·25전쟁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궤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이 너무 궁지에 몰려서 저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오늘처럼 만든 것은 한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며 귀신도 아니다. 북한을 저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김정일 자신일 뿐이다. 세계의 공산권이 붕괴했을 때 그는 지금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꼭 한 가지, 개혁 개방이 자신의 절대권력을 위협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인민이 먹고살 길보다는 자기 개인의 절대권력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 김일성조차도 자기가 세운 나라가 ‘굶어죽는 나라’라는 실상을 보고받고서는 경련을 일으키며 경악했다지 않는가. 북한 정보기관에서 일하다가 탈북한 어느 인사에 의하면 김일성은 그 즉시 아들을 제치고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하는 등 모든 것을 털려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어떻게 했기에 오죽하면 그 아버지까지 그랬겠는가.
한국의 자칭 진보파가 진정한 이성적 좌파가 되고 싶다면 김정일의 잘못된 노선을 온갖 궤변으로 감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초래한 북한 주민의 고통을 가슴 아파해야 한다. 북한의 주인은 북한 주민이지, 한 사람의 ‘실패한 독재자’일 수 없다. 김정일과 그의 ‘남쪽 친구들’이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미국이 아니라, 언제인가는 깨어날 북한 주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가에 일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아침 햇살처럼 수구좌파의 캄캄한 어둠과 미망을 걷어낼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