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이 살아남기
2018.04.27 16:20
미국 없이 살아남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불분명하지만 핵을 포기하면 평화 체제, 미·북 관계의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고, 이는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끝내 거부하면 미국의 경제적 내지 군사적 옵션이 뒤따를 것이고, 북한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주한 미군의 역할과 기능은 끝나게 된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은 위성으로 살아남고 한국은 미국 빠진 외톨이가 되면 결과적으로 한반도 전부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을 바라왔다. 중국이 동아시아에 군림하는 데 있어 한반도 남쪽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군의 존재가 항상 걸림돌이었다.
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주한 미군 문제에 유보적 입장이다. 하지만 미군 철수, 평화협정 등을 요구하는 반미 세력의 활동은 이 정권하에서 가히 '자기 세상' 만난 느낌이다. 좌파 인사들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자면 적어도 미·북 관계 개선, 주한 미군 철수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셀프 경찰'로 행세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는 사람이다. 도움을 받는 나라가 경비를 대면서 매달리면 모를까 자기 돈 내서 주둔시키고 게다가 주변국들이 모두 반대하고 심지어 주둔국까지 반미 데모를 방관(?)하는 상황에서조차 미군 주둔을 고집할 전략가가 아니다. 또 '전쟁광(狂)'들에 둘러싸인 위험지대(한국)에 왜, 무엇을 위해 3만여명의 미군 생명을 방치하는가 하는 여론이 미국 내에 있다. 어쩌면 주한 미군은 '장사꾼'인 그에게 흥정거리일 뿐일는지 모른다.
주한 미군이 빠진다고 한·미 관계까지 파국으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미군이 빠지고 나면 대한민국이 북한·중국 그리고 역설적으로 일본의 놀이터가 되고, 싸움터가 되고, 거래터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북한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해서 안달이 난 세력들, 기회주의적인 친북파-친중파, 이념적 공산주의자, 감상적인 리버럴 그리고 그것을 총망라한 좌파 정치가 준동(蠢動)하는 상황에서는 미군의 철수는 곧 한·미 관계의 퇴행으로 갈 것이 뻔하다.
한국은 2차 대전 후 미국의 손에 이끌려 중국과 일본의 굴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세계로 나올 수 있었다. 수천년 우리는 비굴하게 살았다. 중국의 속국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그리고 사대주의자들의 착취에 시달리며 살았다. 우리는 미국 덕에 그것을 벗어났다. 이후 70년은 이 땅의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잘 살았고, 가장 자유로웠고, 민주적이었고, 가장 활기찼던 시기였다.
우리는 미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미국으로 인해 주권을 훼손당한 적도, 국토를 할양당한 적도 없었다. 한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가장 이른 시일에 민주주의를 익혔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킨 유일한 나라였다. 우리는 좀 더 높은 지식을 얻기 위해 미국의 대학엘 갔고, 영어를 익혔고, 미국 문화를 접했다. 미국과 거래하며 시장과 장사를 배웠고, 기술을 익혔고, 달러의 힘을 알았다.
그런 시대는 끝나는 것인가. 역사를 모르는,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이 우리를 70여년 전 동북아의 구도 속으로 되돌리고 있다. 왼쪽에 중국, 오른쪽에 일본 그리고 북쪽에 북한이 있는 동북아의 '감옥'으로 우리를 다시 욱여넣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언필칭 '우리 민족끼리' 남북이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자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난 70년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좋다. 문제
는 우리는 무장 해제된 채 저들의 선의만 믿고 살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가 미국의 후광 없이 중국의 무력과 종주(宗主) 의식을 버텨낼 수 있는가? 일본의 재무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북한의 '한국 잠식'을 견디어낼 수 있을까? 우리 내부의 패배 의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미국과 세계의 자본이 빠진 한국 경제의 몰락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27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