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지켜본 문재인 정권의 실체는 한마디로 '정치적 확신범'이었다. 오로지 자기들의 신념에 따라 눈감고 귀 닫고 좌회전에 매진한, 좋게 말해 의지의 연속이었고 비판적으로 보면 오만과 불통의 과속이었다.
연역적으로 관찰하건대 그들에게는 몇 가지 기본 룰이 있다. 한국 보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환멸을 100% 활용한다, 박근혜 탄핵의 기류를 되도록 오래 탄다, 노무현 정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반대자는 '적폐'로 몬다. '내로남불'에 괘념치 않는다, 트럼프의 '천방지축'과 김정은의 '핵'을 이용해 한반도의 통일과 '독립'의 기운을 조성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노영(勞營) 사회의 기틀을 세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재빨리 자기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손을 댔고 너무도 이른 시일 안에 효과를 얻고 있다고 자부하는 듯하다. 사회는 좌·우 대립적으로 갈렸고 '남·남'은 갈등을 넘어 원수로 가고 있다. 이 와중에 저들은 지지 세력이 우세한 판도로 만들어갔다. 좌파 정책을 정치·교육·문화·경제·법률 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걸고 들어갔다. '촛불'로 갑자기 득세해 정권을 어부지리로 얻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들의 속도와 확신이 무섭기까지 하다.
문재인 정권은 후퇴하지 않는다. 국회도, 야당도 정치 쇼의 대상일 뿐 타협하지 않는다. 저들은 바로 직전의 전직 대통령을 두 명씩이나 동시에 감옥에 집어넣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문 정권이 6·13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저들을 견제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야권도, 언론도, 시민 단체도 '국민 지지'를 등에 업은 저들의 원격조종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한국 보수는 6·13 선거마저 내주고 나면 상당 기간 긴 휴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 집권 측은 최소한 다음 정권까지는 집권을 이어갈 것이고 아무 계획도, 인물도, 장치도 없는 보수는 계속 허우적거리기만 할 것이다. 이것이 좌파 정권 등장 불과 1년 만에 생긴 변화다. 보수 우파는 한마디로 '망해도 싸다'.
그래도 문 정권에 두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하나는 안보(安保)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다. 지금 문 정권은 '민족끼리'에, 북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의 당부는 안보를 건성건성 건너뛰며 질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을 향해 가되 대한민국의 자존과 존립을 최우선에 두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판단할 준거로 삼을 것은 경험칙(經驗則)뿐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오늘과 미래를 잴 수밖에 없다. 불충성파를 잔인하게 '파괴'하고 가족까지 죽이며 남쪽을 향해서는 '불바다'를 협박한 북한의 집권자가 '인간적'으로 묘사될 때 우리 국민은 혼란스럽다. 인권 탄압이 횡행하고 자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죽음의 수용소를 가진 잔혹한 정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경험칙으로 이뤄진다. 북한은 2000년과 2007년 비핵화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다. 세계사를 보면 전체주의 정권과 맺은 평화협정은 결국 전쟁과 영토 분할로 귀결됐다. 1939년 히틀러는 스탈린과 불가침조약을 맺어 폴란드를 반씩 나누어 먹어치우고 2년 후 소련을 침공했다. 1938년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간의 '평화'를 약속한 뮌헨 협정이 있은 후 독일은 전쟁을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북한 김정은의 진정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엊그제까지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 것임을 공언해왔던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꾼 전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핵이 없어졌다고 해서 북한의 '남한 공산화'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단 대화는 하되 경계하며 의심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지금 희열에만 차 있다. 사방에서 싱글벙글하고 입만 열면 민족·화해·평화통일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비판적 '대북' 행동은 못 하게 한다.
경제는 숨죽이고 있다. 조만간 질식할지도 모른다. 참여연대 출신 '사 공'들이 요직에 올라 대기업을 손보고 있다. 체적 메시지는 기업과 노동의 비율 재조정인 것 같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면 이처럼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퍼주기식(式) 복지를 동시 다발적이고, 전면적으로 감행하는 일은 할 수 없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데 적당한 확신은 약(藥)일 수 있지만 지나친 확신은 독(毒)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