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의 동독 지원, 제대로 알기나 하나
2005.12.08 16:55
[김현호, “서독의 동독 지원, 제대로 알기나 하나,” 조선일보, 2005. 11. 15, A35쪽.]
통일부가 내년 예산에서 ‘북한인권문제 개선 노력' 사업비로 잡은 액수는 4,500만원이다. 국제인권회의 참관이나 인권단체들의 발간물 구입 등에 쓰이는 돈이다. 통일부나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사용하는 전체 예산은 물론 이것보다 훨씬 많다. 탈북자 지원에도 수백 억 원이 들어간다. 그래도 통일부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 비용은 국회가 보기에도 너무 적었던 모양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북한인권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2억 원을 늘려 주었다. 정부가 북한 인권을 위해서는 특별히 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예산 확보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만하다.
반대로 정부는 대북 지원을 위해선 늘 돈타령이다. 북한 지원에 쓰일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을 올해보다 78.8% 늘어난 1조 2,632억 원으로 잡았다. 쌀·비료 지원과 개성공단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늘어난 남북기금을 충당할 수 없어 이 가운데 4,500억 원은 다른 정부기금에서 빌려 쓰기로 했다. 빚을 내서라도 북한을 돕겠다는 것이다.
대북 지원을 늘릴 때마다 현 정권은 서독의 동독지원 규모를 들고 나와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서독의 동독 지원 대부분이 서독 주민이 동독 친지들에게 보낸 금품과 서독 주민들의 동독 고속도로 통행료였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서독은 화해와 지원의 상대에게도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비판했다는 사실까지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서독 사민당은 1959년 고데스베르크 전당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강령을 채택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유를 철저하게 억압하고 있다. 그들은 인권 및 개인과 인민들의 자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제는 공산국가의 인민들까지도 그들의 권력기구에 대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서도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자라나고 있다. 어떤 체제도 그것을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인민들의 어깨 위에 자유를 더욱 위협할 경제․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다."
이런 사민당의 반공노선을 확립한 주역은 집권 후 동독과의 화해정책을 추진한 빌리 브란트였다. 2차대전 후 사민당을 재건해 초대 당수를 지낸 쿠르트 슈마허는 동독정권을 “빨간 칠을 한 파시스트"라고 불렀다. 사민당의 이런 자세는 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서독 국민들의 의혹을 씻어냈고, 그래서 사민당 정부의 대(對)동독 화해정책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브란트 정부는 서독 내 공산주의자들의 공직 임명을 금지하는 연방 차원의 기준을 정하는 등 대동독 화해정책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내부의 혼란 요인도 정리해 나갔다.
한국의 집권당 정강정책에 북한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 한 구절이라도 있는가. 그러면서 한국의 집권세력은 ‘대한민국은 아예 태어나지 말아야 했고, 태어났더라도 일찌감치 북한에 무력 점령당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권을 위해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용역보고서가 '북한의 변화보다 먼저 남한이 급변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덕성을 잃은 대북 정책은 점차 생명력도 잃어가게 마련이다. 정부는 이 달 중으로 예정된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개선 결의안 표결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통일부가 내년 예산에서 ‘북한인권문제 개선 노력' 사업비로 잡은 액수는 4,500만원이다. 국제인권회의 참관이나 인권단체들의 발간물 구입 등에 쓰이는 돈이다. 통일부나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사용하는 전체 예산은 물론 이것보다 훨씬 많다. 탈북자 지원에도 수백 억 원이 들어간다. 그래도 통일부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 비용은 국회가 보기에도 너무 적었던 모양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북한인권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2억 원을 늘려 주었다. 정부가 북한 인권을 위해서는 특별히 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예산 확보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만하다.
반대로 정부는 대북 지원을 위해선 늘 돈타령이다. 북한 지원에 쓰일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을 올해보다 78.8% 늘어난 1조 2,632억 원으로 잡았다. 쌀·비료 지원과 개성공단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늘어난 남북기금을 충당할 수 없어 이 가운데 4,500억 원은 다른 정부기금에서 빌려 쓰기로 했다. 빚을 내서라도 북한을 돕겠다는 것이다.
대북 지원을 늘릴 때마다 현 정권은 서독의 동독지원 규모를 들고 나와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서독의 동독 지원 대부분이 서독 주민이 동독 친지들에게 보낸 금품과 서독 주민들의 동독 고속도로 통행료였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서독은 화해와 지원의 상대에게도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비판했다는 사실까지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서독 사민당은 1959년 고데스베르크 전당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강령을 채택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유를 철저하게 억압하고 있다. 그들은 인권 및 개인과 인민들의 자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제는 공산국가의 인민들까지도 그들의 권력기구에 대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서도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자라나고 있다. 어떤 체제도 그것을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인민들의 어깨 위에 자유를 더욱 위협할 경제․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다."
이런 사민당의 반공노선을 확립한 주역은 집권 후 동독과의 화해정책을 추진한 빌리 브란트였다. 2차대전 후 사민당을 재건해 초대 당수를 지낸 쿠르트 슈마허는 동독정권을 “빨간 칠을 한 파시스트"라고 불렀다. 사민당의 이런 자세는 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서독 국민들의 의혹을 씻어냈고, 그래서 사민당 정부의 대(對)동독 화해정책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브란트 정부는 서독 내 공산주의자들의 공직 임명을 금지하는 연방 차원의 기준을 정하는 등 대동독 화해정책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내부의 혼란 요인도 정리해 나갔다.
한국의 집권당 정강정책에 북한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 한 구절이라도 있는가. 그러면서 한국의 집권세력은 ‘대한민국은 아예 태어나지 말아야 했고, 태어났더라도 일찌감치 북한에 무력 점령당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권을 위해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용역보고서가 '북한의 변화보다 먼저 남한이 급변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덕성을 잃은 대북 정책은 점차 생명력도 잃어가게 마련이다. 정부는 이 달 중으로 예정된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개선 결의안 표결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