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이들과 정반대 쪽 사람들도 한 가지 사실만은 반기게 되었다. 진보·좌파가 악(惡)한 보수·우파에 당하는 '억울한 피해자' 시늉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점이 그것이다.
그들은 유신 체제에 저항하는 의로운 약자가 아니다. 신군부에 얻어터지는 '민주화 양심수'도 아니다. 그들은 한때 약자로서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이젠 혁명 정부의 공안·정보·사찰·숙청·형벌·문화·교육·미디어·기업의 생살여탈(生殺與奪)권을 거머쥔 저승사자다. 지금은 보수·우파가 피고인이다.
그렇다고 보수·우파가 약자의 도덕적 우위를 탈환했다는 뜻은 아니다. 진보·좌파가 '약자의 특권'을 잃음으로써 양쪽이 대등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대등은 그러나 고상함 아닌 너절함의 대등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어쩌고 하더니, 진보 시대에도 승자독식(勝者獨食), 20년 장기 집권 운운, 권력형 성폭행, 내로남불, 피감 기관 돈으로 해외 유람, 댓글 공작, 검은돈 수수, 정적(政敵) 숙청은 전(前)시대 뺨치니 말이다.
공지영 작가가 때마침 '해리'란 소설을 내놓았다. 진보·좌파에도 정의·정직·도덕·헌신만 있는 게 아니라 거짓·가짜·사기·위선도 있다는 고발이다. 악마는 항상 그때 그때의 가장 인기 있는 천사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그들은 누구인가? 정의 부르짖는 사람, 약자 편드는 사람, 착한 사마리아인(人)이다. 작가는 그래서 '말 한마디로 온 대학생을 들썩이게 만드는' 스타 신부(神父) 백진우와 대학에 가 '청담동·압구정동에서 아이스크림과 수제 버거를 먹으려'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은 다중 인격자 이해리를 등장시킨다.
이들의 영혼엔 여러 악령이 번갈아 씐다. 백진우는 옷에 여자의 향기, 돈의 향기가 묻어 있는 위선자,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를 포함해 아이들 셋이 모두 어린이집에 있다. 이해리가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에선 힘센 자가 약한 자를 때리고 여자를 강간해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이 둘은 '그 신부가 우리 딸을 공짜 일 시켜먹었다는 그 장애인 단체에 어떤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신부의 애인이고 돈이 다 그리로 간다'는 사이다.
공지영 작가는 왜 이런 소설을 썼나? '작가 후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쌓은 언어들, 이념들, 평가들은 그저 허구에 불과했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일 없는 순박한 여자들이 더 삶에 가까웠다.' 진보·좌파도 이 점에선 예외가 아니더라는 게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인 듯싶다. '그런 줄 몰랐나? 왜 이제야 그 말을?' 하는 댓글도 물론 있다.
이론과 이념은 세상 자체가 아니다. 세상에 관한 한 개 불완전한 설명일 뿐이다. 이걸 마치 완전한 '하느님 말씀'인 양 절대화하면 그게 바로 근본주의, 교조(敎條)주의, 탈레반주의다. 이쯤 되면 이론과 이념은 환각제, 독단, 독선, 폭력, 괴물로 전락한다.
문재인 정부도 경기 침체를 자기들의 지나친 '좌경 국가 개입' 탓이 아니라 전(前) 정권들의 신(新)자유주의 탓이라고 우기는 걸 보면 '정권 내부에서 근본주의자들이 고삐를 쥐었구나'하는 불길함을 지울 수 없다. 이 꼴통엔 보수에 앞서 '성찰적 진보'의 비판이 더 아리고 시릴 수 있다.
예컨대 진보 쪽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연구 보고서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정책 평가 및 제언'은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경제, 고용, 노동 정책은 빼어난 인재들로 하여금 창업과 민간 기업 취업을 기피하게 만들고, 능력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게 만든다. 국내 자본의 한국 탈출과 외국 자본의 한국 외면이 심해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고발이 한 진영의 위선을 견제하곤 한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온건 이슬람교도가 서구 리버럴·좌파의 위선을 비판하는 게 그렇다. 마지드 라피자데라는 이슬람 필자는 뉴욕 소재 '게이트스톤 국제정책학회' 매체에 이렇게 썼다(작년 3월 25일자).
"서구 리버럴·좌파는 '말할 자유'를 외치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을 마구 처형하는 이란엔 왜 눈을 감나?" "서구 리버럴·좌파는 연쇄 살인범 사형에는 반대하면서 낙태 살인은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 "앞으로 싸워야 할 악(惡)은 진보의 탈을 쓴 위선"이라고 한 진보 내부의 화두가 더 뜨겁게 달군 한여름이다.
그들은 유신 체제에 저항하는 의로운 약자가 아니다. 신군부에 얻어터지는 '민주화 양심수'도 아니다. 그들은 한때 약자로서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이젠 혁명 정부의 공안·정보·사찰·숙청·형벌·문화·교육·미디어·기업의 생살여탈(生殺與奪)권을 거머쥔 저승사자다. 지금은 보수·우파가 피고인이다.
그렇다고 보수·우파가 약자의 도덕적 우위를 탈환했다는 뜻은 아니다. 진보·좌파가 '약자의 특권'을 잃음으로써 양쪽이 대등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대등은 그러나 고상함 아닌 너절함의 대등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어쩌고 하더니, 진보 시대에도 승자독식(勝者獨食), 20년 장기 집권 운운, 권력형 성폭행, 내로남불, 피감 기관 돈으로 해외 유람, 댓글 공작, 검은돈 수수, 정적(政敵) 숙청은 전(前)시대 뺨치니 말이다.
공지영 작가가 때마침 '해리'란 소설을 내놓았다. 진보·좌파에도 정의·정직·도덕·헌신만 있는 게 아니라 거짓·가짜·사기·위선도 있다는 고발이다. 악마는 항상 그때 그때의 가장 인기 있는 천사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그들은 누구인가? 정의 부르짖는 사람, 약자 편드는 사람, 착한 사마리아인(人)이다. 작가는 그래서 '말 한마디로 온 대학생을 들썩이게 만드는' 스타 신부(神父) 백진우와 대학에 가 '청담동·압구정동에서 아이스크림과 수제 버거를 먹으려'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은 다중 인격자 이해리를 등장시킨다.
이들의 영혼엔 여러 악령이 번갈아 씐다. 백진우는 옷에 여자의 향기, 돈의 향기가 묻어 있는 위선자,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를 포함해 아이들 셋이 모두 어린이집에 있다. 이해리가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에선 힘센 자가 약한 자를 때리고 여자를 강간해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이 둘은 '그 신부가 우리 딸을 공짜 일 시켜먹었다는 그 장애인 단체에 어떤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신부의 애인이고 돈이 다 그리로 간다'는 사이다.
공지영 작가는 왜 이런 소설을 썼나? '작가 후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쌓은 언어들, 이념들, 평가들은 그저 허구에 불과했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일 없는 순박한 여자들이 더 삶에 가까웠다.' 진보·좌파도 이 점에선 예외가 아니더라는 게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인 듯싶다. '그런 줄 몰랐나? 왜 이제야 그 말을?' 하는 댓글도 물론 있다.
이론과 이념은 세상 자체가 아니다. 세상에 관한 한 개 불완전한 설명일 뿐이다. 이걸 마치 완전한 '하느님 말씀'인 양 절대화하면 그게 바로 근본주의, 교조(敎條)주의, 탈레반주의다. 이쯤 되면 이론과 이념은 환각제, 독단, 독선, 폭력, 괴물로 전락한다.
문재인 정부도 경기 침체를 자기들의 지나친 '좌경 국가 개입' 탓이 아니라 전(前) 정권들의 신(新)자유주의 탓이라고 우기는 걸 보면 '정권 내부에서 근본주의자들이 고삐를 쥐었구나'하는 불길함을 지울 수 없다. 이 꼴통엔 보수에 앞서 '성찰적 진보'의 비판이 더 아리고 시릴 수 있다.
예컨대 진보 쪽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연구 보고서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정책 평가 및 제언'은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경제, 고용, 노동 정책은 빼어난 인재들로 하여금 창업과 민간 기업 취업을 기피하게 만들고, 능력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게 만든다. 국내 자본의 한국 탈출과 외국 자본의 한국 외면이 심해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고발이 한 진영의 위선을 견제하곤 한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온건 이슬람교도가 서구 리버럴·좌파의 위선을 비판하는 게 그렇다. 마지드 라피자데라는 이슬람 필자는 뉴욕 소재 '게이트스톤 국제정책학회' 매체에 이렇게 썼다(작년 3월 25일자).
"서구 리버럴·좌파는 '말할 자유'를 외치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을 마구 처형하는 이란엔 왜 눈을 감나?" "서구 리버럴·좌파는 연쇄 살인범 사형에는 반대하면서 낙태 살인은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 "앞으로 싸워야 할 악(惡)은 진보의 탈을 쓴 위선"이라고 한 진보 내부의 화두가 더 뜨겁게 달군 한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