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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눈치만 보다가 한국軍 '종이호랑이' 되나


[양욱, "북한 눈치만 보다가 한국軍 '종이호랑이' 되나," 조선일보, 2018. 9. 8, A30쪽;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 9·9절로 불리는 정권 창설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내일 열린다. 우리 정보 당국은 이번 열병식 규모가 올 2월 8일 개최된 조선인민군 창군 기념 열병식과 유사하다며 평가절하했지만,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면 그 규모는 2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에도 개의치 않고 북한은 그간 자신들이 개발한 각종 미사일을 자랑할 요량이다.

  • 냉전이 끝난 후 북한은 핵 개발이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며 남북 체제 경쟁을 새로 시작했다. 고난의 행군으로 주린 배를 부여잡으면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아 이제는 미국과 대등한 핵 협상국의 지위를 차지했다. 이번 9·9절 열병식은 체제 경쟁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행사인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평화'와 '유화'의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당장 올해 10월 1일은 국군 창설 70주년 기념일이다. 원칙상 올해는 5년마다 한 번 있는 시가행진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안보 상황이 변했다면서 이를 취소했다. 북한은 각종 미사일을 동원하며 사상 최대의 열병식으로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는데, 우리는 응당 기념해야 할 우리 군의 70주년 생일조차 홀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군(軍)의 본질까지 정면으로 도외시하는 정치 리더십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내년 국방 예산으로 46조7000억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8.2% 인상됐고 특히 이 가운데 신무기를 도입하는 방위력 개선비는 15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방 예산 증가로는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라고 한다.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 직후 방위력 개선비는 국방비 대비 25%대였는데 내년에는 약 33%까지 오른다. 수치만 보면 대단한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 내역을 뜯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전투력의 핵심은 지휘 정찰과 기동 화력, 군수 지원 능력의 결합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휘 정찰 분야에서 증가액은 0.7%에 불과하다. 미군으로부터 전시(戰時)작전권을 환수하겠다면서 정작 핵심인 지휘 통신과 감시 정찰의 준비는 미비하다. 적의 공격을 좌절시킬 기동 화력 분야 예산은 오히려 6.4%나 줄었다. 항공기 분야 예산이 47% 정도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수년 전에 구매하기로 한 F-35스텔스기와 A300 MRTT 공중급유기 등의 대금을 이제 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후 스스로 전쟁을 준비하려면 필요한 탄약과 물자를 계속 제공하는 작전 지속 지원 능력이 중요한데, 그런 노력은 국방 개혁 세부안에도 없고 예산 반영도 미미하다. 외형상 예산을 많이 늘렸어도 실질적인 국방력 강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는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을 명확하게 진단·지목하지 못한 게 근본적 이유다. 국방부가 곧 나올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적(敵)'이라는 문구 삭제를 추진 중이며, 장병들을 교육하는 정훈 교재에서 적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진 게 대표적이다. 애초에 안보 전략은 적과 아군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의 적이 누구인지 모르면 불시에 뒤통수를 맞기 마련이다. 오늘의 적도 모르면서 내일의 친구가 누구인지 알 리 만무하다. 오늘의 적을 적이라고 일컬을 당당함이 있어야 그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때 차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안보를 놓고 북한은 핵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같은 사안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는 너무도 낭만적인 선의(善意)에 바탕하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에 약속한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실행한 게 없는 반면 한·미 양국은 군비 통제의 기본 원칙인 등가성과 비례성까지 저버리고 연합훈련 중지라는 엄청난 양보를 했다.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이 평양에 가서 거래대상으로 받아온 것이라곤 핵무기 해체를 위한 모호한 일정표뿐이다.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지금보다 더 당당해져야 한다. 잘못된 거래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전쟁의 비극을 막는 원동력이다. 군 은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라 전쟁을 막는 존재다. 그리고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은 부끄러운 일도 감출 일도 아니다. 군을 개혁해야 할 구악(舊惡)으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사랑 속에 키워서 국민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비핵화 없는 종전 선언과 함께 시가행진조차 없는 창군 70주년은 평화의 메시지가 아니라 패배의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7/20180907036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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