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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리의 敵手가 못 된다는 교만과 착각


[신원식, "북한은 우리의 敵手가 못 된다는 교만과 착각," 조선일보, 2018. 9. 13, A38쪽; 전 합참 작전본부장, 예비역 육군 중장.]
                            

세계은행과 한국은행 발표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이며 북한의 47배나 된다. 즉 북한 경제력은 한국의 2.1% 수준이다. 이렇게 현격한 경제력 격차는 '북한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안 된다'는 안보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북한이 128만의 정규군과 760만의 예비군에다가 핵무장까지 했는데도 실제로 우리는 천하태평이다. 가난한 나라는 부자 나라를 침략하거나 이길 수 없다는 잘못된 믿음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하지만 인류 전쟁사를 보면 풍요에 취해 무(武)를 천시한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선군(先軍) 병영 국가의 상대가 되지 못한 경우가 대세를 이룬다.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 발발 당시, 아테네는 민주 정치와 해상 무역을 꽃피우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스파르타에 비해 인구는 3배가 많고 경제력도 절대 우위였다. 병력도 육군은 비슷했지만 군함은 3배 많았다. 그러나 내부 분열과 시칠리아 원정 같은 무모한 정책을 계속하다가 북한처럼 인간을 전쟁 기계로 만든 스파르타에게 패망했다.

11세기 중국의 송(宋)은 연간 철강 생산이 12만5000t으로 유럽 전체보다 많고 인구도 1억 명으로 최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인구 400만의 거란에 두 번 연속 패하고 몽골에 나라를 뺏기는 대굴욕을 맛봤다. 17세기 초반 명(明)은 인구가 세계 23%인 1억5000만명에 달하는 강대국에 180만의 대군을 갖고 있었지만, 가난하고 척박한 만주 땅에서 단련된 후금(後金)의 6만 팔기군(八旗軍)에 무너져 멸망했다.

20세기 들어서도 1946년 국공(國共) 내전 당시 국민당은 병력 430만에 항공기와 함정·야포를 갖춘 현대 정예군을 보유했으나 거의 소총밖에 없는 120만 공산군에 밀려 대만으로 쫓겨났다. 1967년 3차 중동전이나 1975년 베트남 공산화에서 보듯 아랍 동맹국과 남(南)베트남은 인구·경제력은 물론 병력, 최신 무기 등 군사력에서도 월등히 앞섰으나 패배했다.

이런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와 군사 같은 외형상 국력은 상대방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내부적으로 정신 무장이 해제된 상태에서 지도층의 무능, 정치적 혼란과 분열, 군사력보다 상대방의 선의(善意)를 기대하며 돈으로 평화를 살 수 있다는 착각이 만연했다. 나라를 지키는 데 국가 내부의 기강과 건강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피와 눈물로 가득 찬 패망국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역경을 이기는 사람이 백 명이면, 풍요를 이기는 사람은 한 명이다." 영국 최전성기인 빅토리아 시대의 사상가, 토머스 카알라일(1795~1881)이 쓴 '영웅숭배론' 서문에 나오는 글귀다. 패망한 부자 나라는 모두 풍요의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카알라일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앞에도 풍요라는 결정적 도전이 기다리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근대 이후 세계적 부국(富國)인 영국과 미국이 여러 전쟁에서 연승(連勝)하고 있는 것은 과거 부자 나라와 달리 경제력·군사력은 물론 상무(尙武) 정신까지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국방·안보 여건은 세계사에서 명멸한 부자 나라들보다 훨씬 불리하다. 우리는 인구·경제력 정도에서만 북한을 앞설 뿐, 핵을 포함한 군사력에선 북한이 우리를 압도한다. 그나마 한·미 동맹과 자주 국방 노력, 국민의 안보 의식이란 세 가지 기둥 덕분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남북 관계나 주변국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가장 기본인 이 세 가지가 문재인 정부 들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세계 1등 자리를 놓고 싸우는 강대국들 틈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와 일본을 빼면 북한을 포함해 모두 핵무장국이다. 여건만 되면 바로 핵무장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와 자체 방위력 증강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정반대다. 탈(脫)원전으로 남아있는 핵 잠재력마저 없애고 한·미 동맹과 자체 안보 태세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안보 태세와 안보 의식을 허물어도 경제력만 우월하면, 북한이 우리의 적수(敵手)가 못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외면한 어리석음과 교만일 뿐이다. 강대국도 꺼리는 '안보 실험'을 국방 개혁이란 명분 아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현 정부의 행동은 무지(無知)에서인가, 아니면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적이 안 될 거라는 신념에서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2/20180912038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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