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갓끈 잘라버리면 대한민국이란 갓은 바람에 날아갈 것


[최보식, "갓끈 잘라버리면 대한민국이란 갓은 바람에 날아갈 것," 조선일보, 2018. 6. 22, A34쪽; 선임기자.]
                            

화기애애한 '판문점 회담'이 있고서 보름도 안 지났을 때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 공중 전투 훈련을 벌여놓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약속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표변(豹變)이 황당했지만 원칙적으로 문제는 우리에게 있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있었다. 한·미 군사훈련은 '적대 행위'에 해당했던 것이다.


당시 여권의 외교 전략통인 이수혁 의원이 "그 조항을 넣기로 합의했을 때 북한은 무슨 계산을 했을 것으로 봤나? 그리고 우리는 무슨 계산을 했느냐"라고 통일부에 질의했다. 통일부에서는 우물쭈물 답변을 못 했다. 그것까지 따져보지 않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합의했다는 뜻이다.

통일부의 안일함을 탓할 것도 없다. 그 전에 대통령 특사로 김정은을 만나고 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어록(語錄)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 브리핑에서 "김정은이 한·미 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답했던 것이다. 김정은이 이해했다는데, 한·미 훈련을 문제 삼는 북의 돌발 행동은 왜 나온 것일까. 김정은이 그때 거짓말했거나, 김정은이 그렇게 답변을 안 했는데 우리 특사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것 둘 중 하나다.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조성된 한반도 평화는 해빙(解氷)의 봄이 아니라 무성한 여름으로 쑥 들어온 것 같다. 국내 언론에서는 경쟁적으로 '연평도를 포격했던 북한 해안 포대를 폐쇄한다' '군사분계선 일대에 배치된 장사정포를 철수하는 논의를 시작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북한이 평화 체제에 대한 진정이 있구나' 하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과연 북한이 그런 논의에 응했을까. 만약 그랬으면 우리가 먼저 무엇을 양보했을까'라는 의문이 앞선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 회담 결과를 낮게 평가하는 건 민심의 평가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무서운 민심(民心)이 동원되면 일부 전문가들은 자체 검열에 들어갈 것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인에게 전쟁 위협, 핵 위협,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해야지, "핵 폐기는 안 이뤄지고 대북 제재는 풀리기 시작했다. 한·미 동맹도 흔들리게 됐다. 북한의 세습 독재 정권과 미국의 선거 정권이 맞붙으면 시간은 북한 편이다. 북한은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軍縮) 회담으로 바뀔 것이다"라고 전망하면 위험해진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으면 '수구 냉전 세력' '평화 발목 잡기'로 공격받는 세상이 됐지만, 용기를 내서 문 대통령에게 지상(紙上) 질문을 할까 한다. 미·북 회담 직후 트럼프의 입에서 "돈만 많이 들고 도발적인 워게임인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나왔음에도, 문 대통령은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이런 중대 발표에 대해 전혀 상의가 없었다. 미리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지자들 표현으로 '백만불짜리 미소'를 띠었다고 하니 한·미 훈련 중단은 문 대통령이 내심 원하는 바였을까. 그동안 보수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이런 마음을 안 드러냈던 것일까.

한·미 훈련 중단은 주한 미군 철수로 귀결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은 미군 철수를 받아들일 만큼 김정은의 선의(善意)를 믿어야 하는지,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목표는 비핵화에 있는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는지, 관계 개선으로 비핵화가 되고 전쟁이 없어지는지,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이 가능한지, 핵무장하지 않은 한국이 한·미 동맹까지 해체됐을 때 어떤 상황에 처할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문 대통령은 정직하게 답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지금 돌아가는 정세는 현 정권의 이익과 맞을지는 몰라도 영속돼야 할 대한민국에는 우호적인 것 같지 않다. 트럼프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을 "스마트하고 조국을 매우 아끼는 지도자"라고 했으니, 비핵화에 이견(異見)이 생겨도 대북 제재 명분은 이미 사라졌다. 트럼프는 북한 부동산 투자로 돈벌이를 궁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김정은은 이번에 시진핑과 만나 "한 가족처럼 됐다"고 과시했다. 일본도 북한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 서있게 되는가.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김일성은 한국을 양반이 쓴 갓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갓을 묶고 있는 두 끈은 한·미 동맹과 한·일 우호 관계다. 갓끈을 잘라버리면 대한민국이란 갓은 바람에 날아갈 것이라는 뜻이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1/2018062104358.html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화웨이의 충격적인 실체 175
공지 안보를 위태하게 하는 정부 187
공지 역설의 국제정치학 212
공지 2년 만에 월남 공산화 초래한 1973년 평화협정 1017
공지 평화에 취한 월남, 누구도 남침 믿지 않았다 1213
공지 월남의' 붉은 민주 투사'들 1032
공지 베트남, 패망전 비밀공산당원 5만명 암약 1109
공지 1975년 월남 패망(敗亡)의 교훈 1265
공지 입만 열면 거짓말인 북한전문가들 929
공지 2004년 육사 假입교생 34% ‘미국이 주적’ 1196
248 우리 국가보안법은 존속돼야 1273
247 탈북기자가 본 ‘전쟁 위험’ 1151
246 金대중·盧무현 安保위기 초래 장본인 1063
245 새 정부, 국가보안법 강화해야 1022
244 "국정원법, 국가안보위협에 대비해야" 1019
243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 1015
242 대선 와중에 실종된 한국 안보 1011
241 북한은 ‘미군철수’ 노린다 988
240 안보 갖고 정치하지 말자 958
239 10년 후 최대 안보위협국은 중국 912
238 평화통일의 최대 적은 남한 종북세력 907
237 '우리 민족끼리'의 함정 872
236 文 정부의 親中, 위험한 도박이다 332
235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프랑스 국민들의 선택 308
234 '촛불'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가 273
233 김정은의 명언(?) 271
232 적폐 청산식 외교·안보, 나라 어디로 끌고 가나 269
231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 239
230 덕수궁에서 일어난 일들 229
229 마오쩌둥 "사령부 공격하라"… 홍위병 광기에 中 10년간 대재앙 219
228 文 정부의 '축소 지향' 국방 개혁 210
227 남북 군사 합의, 안보 튼튼해지나 불안해지나 207
226 北 특수부대 서울 침투하면 188
225 KT 화재로 마비된 '戰時 청와대' 지휘망 184
» 갓끈 잘라버리면 대한민국이란 갓은 바람에 날아갈 것 182
223 북한은 우리의 敵手가 못 된다는 교만과 착각 174
222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체제 속 한국 안보는어디로 가나 172
221 북한 눈치만 보다가 한국軍 '종이호랑이' 되나 169
220 김흥광, 충격증언! 방북자에 대한 여색심리공작 실태! 165
219 美 "靑이 거짓말" 황당하고 참담하다 158
218 병사들이 "전쟁 나면 우린 무조건 진다"고 한다 150
217 한·중 "사드 문제, 좋은 방향으로 논의했다" 무슨 뜻인가 144
216 김태우, 한국군이 망가지고 있다 144
215 이러니 靑 안전보장회의도 봉숭아학당 아닌가 137
214 美 '文 정부' 찍어 작심 비판, 韓 빠진 '新애치슨 라인' 우려된다 130
213 '홍콩의 오늘은 세계의 내일' 130
212 北核은 그대로, 同盟만 흔들린 싱가포르 이후 1년 130
211 사드 난리치던 중국, 전투반경 2000㎞ 무인기 한반도 인접 배치 128
210 文 대통령의 '나쁜 평화' 124
209 한국군, '방어用' 일본 자위대 지향하나 122
208 이 정부 안보는 노선에 앞서 기본 지식 부족이 문제 122
207 이번엔 北 미사일, 동네북 신세 된 대한민국 안보 122
206 金 "對南 경고"라는데 文은 침묵하고 軍은 "위협 아니다"라니 121
205 한국이 그토록 두려워한 세상 120
204 안보 고립, 외교 실종, 경제 위기 자초 120
203 총 한 발 못 쏘고 敗戰하는 법 119
202 '5G 장비, 사이버 위협에 노출' 지적에 안보지원司 화들짝 119
201 '戰作權 전환' 北 비핵화 후 검토해도 늦지 않다 117
200 '김정은 핵 포기 뜻 없다'는 명백한 사실 직시해야 한다 117
199 美 의원은 '한국 안보' 걱정, 韓 의원들은 북한 대변 114
198 문 대통령은 우리 국군이 불편하고 싫은가 114
197 단거리 미사일 발사! 문재인에게 침뱉은 김정은! 113
196 문정인 대통령특보 "미군 철수땐 中이 핵우산 제공하면 어떻겠나" [1] 112
195 北 핵실험 여부도 모르는 靑 안보실, 코미디를 하라 109
194 호구와 로또 사이, 北의 꽃놀이패 109
193 예비역 장성들, 제2의 6.25 준비해야!!! 106
192 金 "對南 경고 미사일" 공언해도 文 "北 단 한 건 위반 안 해" 104
191 '화웨이 문제없다' 성급한 靑 결론, 美 반박 자초한 것 아닌가 101
190 벨 "北 핵 보유로 전작권 전환 현실성 떨어져" 97
189 김형철, "세 번째 위기에 선 대한민국" [안보] 95
188 3不에 손발 묶인 한국안보… 中은 사드 뚫는 미사일 개발 95
187 北 '굿모닝 미사일' 막는 최적의 한 수 92
186 '3不' 폐기하고 사드 이상 도입해서라도 미사일 방어 강화해야 92
185 퍼펙트 스톰 89
184 한·미 국내 선거용 '비핵화 쇼', 김정은 손바닥 못 벗어난다 89
183 先 안보 분담, 後 비용 분담 86
182 안 넘어가고 못 배긴다! 美 교수가 폭로한 미인계 실체! 86
181 北 핵 강화, 中 국방비 증강, 우리만 '대화로 나라 지킨다' 83
180 [안보, 한미동맹] 사설: "한미 陸·空 훈련 3년간 '0′, 세상에 이런 안보도 있나" 80
179 대북제재 풀어주자는 의원 60명에게 묻는다 77
178 '홍길동軍' 오명부터 씻어내라 76
177 [안보] 천영우, 종전 선언은 藥과 毒 다 될 수 있다 73
176 F-35 우리 공군, 북 신형 미사일에 무력화됐다 72
175 北 핵미사일 방어에 필요하면 사드 개량 아닌 그 이상도 해야 69
174 국가보안법 대해부...풍전등화(風前燈火)의 국가보안법 68
173 [9.19 자료] 노석조, “北이 NLL 인정” 文 발언, 사실 아니었다 68
172 [한미동맹, 안보] 을사늑약보다 더한 치욕 당할 수 있다 65
171 '文 대북 멘토'들의 유치한 운동권 학생 논리 언제까지 65
170 [안보] 사설: "또 뚫린 전방, 지금 軍에 정상 작동하는 게 있기는 한가" 63
169 [안보] 사설: "간첩 수사 역량 통째로 흔드는 與, 누가 좋아할까" 61
168 '불법 대북 송금' 국정원장, 안보는 누가 지키나 61
167 [안보] 최 강, 유엔사 해체는 核 가진 北이 바라는 것 60
166 [안보] 정진홍, "지금 우리에겐 처칠이 필요하다" 60
165 두려움을 못 주는 나라는 생존할 수 없다 59
164 [안보] 사설: "北核 증강, 안보 구멍이 ‘트럼프 성과’인데 계승하자니" 58
163 북핵 '스톡홀름 신드롬'의 진화 58
162 [안보] 임민혁,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 55
161 날로 진화하는 北의 창의적 위협 55
160 [안보, 북핵] "폭탄 쏴도 평화 외쳐야" "다주택은 형사범" 황당 언행 끝이 없다 55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