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와중에 실종된 한국 안보
2007.08.14 11:08
[김대중, “대선 와중에 실종된 한국 안보,” 조선일보, 2007. 7. 30, A38쪽; 조선일보 고문.]
한국이 대통령선거전에 휘말려 있는 틈을 타 한국의 안보 상황은 불안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라의 내일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경쟁하며 안보 공약으로라도 허장성세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대선은 안보가 뒷전에 밀리거나 오히려 여론몰이에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보는 인기 품목이기는커녕 기피 대상이거나 천덕꾸러기 신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核)은 한국 안보의 핵(核)임에도 불구하고 대선과 6자회담을 통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도 말만 번지르르하게 비핵(非核) 운운하면서 북한의 기존 핵무기 또는 핵물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스인홍과 장렌구이 같은 중국의 유력 논평자들은 북한이 핵 포기를 천명한 적이 없다면서 북핵을 비판하는 척하면서 핵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한국의 안보는 그것에 인질 잡히지 않을 수 없다. 북에 핵이 있는 한 우리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KN-O2라는 탄도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의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가 신속하고 이동이 쉽다”며 사거리 120㎞인 이 미사일이 “서울과 이남 도시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말 사임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이 미사일의 이동성과 정확성을 지적하며 그 사거리는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북한 핵의 규모와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의 사거리로 보아 북핵은 애당초부터 대미용(對美用)이 아니라 대남용이었다.
이런 가공할 무력(武力)을 배경으로 김정일 정권은 더욱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저들은 이제 한국은 자기들에게 쌀이나 비료를 가져다 바치는 존재 정도로 여기는지 군사 협상은 미국과 직접 하겠다며 미·북 회담을 제의하고 나섰다. 북한은 남쪽에 대해서는 새삼 국보법 폐지와 서해안 NLL(북방한계선)의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것은 한국에 영토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요구이며 남쪽 사회의 상징적 방북(防北) 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키려는 기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은 이런 북쪽의 요구를 ‘검토’할 수 있는 듯이 내비치고 있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은 때마침 대통령선거가 있고 여기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이런 안보 불안상태가 가실 수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앞서있는 만큼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바꿔 “북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아도 경제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사실상 북의 핵을 용인한 것이며 더 나아가 핵을 더 많이 갖거나 만들어도 상관 않겠다는 ‘항복문서’를 내놓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에 유화적인 여론이 많다고 보고 거기에 영합하기 위해 ‘나도 햇볕주의자’임을 내건 모양인데 그런 야당이라면 한국의 안보에 관한 한 차라리 햇볕만능주의자나 햇볕적극론자가 솔직하고 판단하기 쉽다. 한나라당 같은 기회주의자는 더 위험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론조사에서 앞서 간다는 한나라당의 두 후보들마저 이리저리 눈치 보며 양쪽의 비위를 맞추는 선에 머물고 있어 안보에 관한 한 어느 당이 집권하고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달라질 것은 없고 위험 불안 상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로서는 믿을 곳이 없어진 셈이다. 미국도 이라크사태에 얽매여 더 이상 전선을 펼칠 여유가 없고 단지 북한의 핵이 대외적으로 수출되지 않도록 단속하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고, 중국 역시 북한의 핵을 사실상 용인하며 미국과 헤게모니 싸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사자인 한국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야당 그리고 그들 대통령 후보까지 안보문제를 부화적 관심사로 몰아가거나 아예 잠재적 적대세력과 타협하는 쪽으로 돌아선 마당에 한국의 안보는 이제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그 배에 탄 국민의 신세만 한탄스러울 뿐이다. 이것이 시대의 변화라면 ‘대한민국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이 대통령선거전에 휘말려 있는 틈을 타 한국의 안보 상황은 불안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라의 내일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경쟁하며 안보 공약으로라도 허장성세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대선은 안보가 뒷전에 밀리거나 오히려 여론몰이에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보는 인기 품목이기는커녕 기피 대상이거나 천덕꾸러기 신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核)은 한국 안보의 핵(核)임에도 불구하고 대선과 6자회담을 통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도 말만 번지르르하게 비핵(非核) 운운하면서 북한의 기존 핵무기 또는 핵물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스인홍과 장렌구이 같은 중국의 유력 논평자들은 북한이 핵 포기를 천명한 적이 없다면서 북핵을 비판하는 척하면서 핵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한국의 안보는 그것에 인질 잡히지 않을 수 없다. 북에 핵이 있는 한 우리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KN-O2라는 탄도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의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가 신속하고 이동이 쉽다”며 사거리 120㎞인 이 미사일이 “서울과 이남 도시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말 사임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이 미사일의 이동성과 정확성을 지적하며 그 사거리는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북한 핵의 규모와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의 사거리로 보아 북핵은 애당초부터 대미용(對美用)이 아니라 대남용이었다.
이런 가공할 무력(武力)을 배경으로 김정일 정권은 더욱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저들은 이제 한국은 자기들에게 쌀이나 비료를 가져다 바치는 존재 정도로 여기는지 군사 협상은 미국과 직접 하겠다며 미·북 회담을 제의하고 나섰다. 북한은 남쪽에 대해서는 새삼 국보법 폐지와 서해안 NLL(북방한계선)의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것은 한국에 영토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요구이며 남쪽 사회의 상징적 방북(防北) 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키려는 기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은 이런 북쪽의 요구를 ‘검토’할 수 있는 듯이 내비치고 있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은 때마침 대통령선거가 있고 여기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이런 안보 불안상태가 가실 수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앞서있는 만큼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바꿔 “북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아도 경제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사실상 북의 핵을 용인한 것이며 더 나아가 핵을 더 많이 갖거나 만들어도 상관 않겠다는 ‘항복문서’를 내놓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에 유화적인 여론이 많다고 보고 거기에 영합하기 위해 ‘나도 햇볕주의자’임을 내건 모양인데 그런 야당이라면 한국의 안보에 관한 한 차라리 햇볕만능주의자나 햇볕적극론자가 솔직하고 판단하기 쉽다. 한나라당 같은 기회주의자는 더 위험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론조사에서 앞서 간다는 한나라당의 두 후보들마저 이리저리 눈치 보며 양쪽의 비위를 맞추는 선에 머물고 있어 안보에 관한 한 어느 당이 집권하고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달라질 것은 없고 위험 불안 상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로서는 믿을 곳이 없어진 셈이다. 미국도 이라크사태에 얽매여 더 이상 전선을 펼칠 여유가 없고 단지 북한의 핵이 대외적으로 수출되지 않도록 단속하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고, 중국 역시 북한의 핵을 사실상 용인하며 미국과 헤게모니 싸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사자인 한국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야당 그리고 그들 대통령 후보까지 안보문제를 부화적 관심사로 몰아가거나 아예 잠재적 적대세력과 타협하는 쪽으로 돌아선 마당에 한국의 안보는 이제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그 배에 탄 국민의 신세만 한탄스러울 뿐이다. 이것이 시대의 변화라면 ‘대한민국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