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최대 적은 남한 종북세력
2011.09.29 16:52
평화통일의 최대 敵은 남한 從北세력
[고영환, “평화통일의 최대 敵은 남한 從北세력,” 조선일보, 2011. 9. 20, A39;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전 북한 외교관.]
북한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외교관으로 활동할 당시, 19세기 말 프랑스 문호(文豪) 에밀 졸라가 잘못된 재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신의 위협을 무릅쓰고 잡지에 기고했던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은 "저는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제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로 시작한다.
개인이나 사회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한국에 귀순한 후 수많은 간첩과 종북(從北)세력이 활개치고 있는 현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많은 사람이 종북세력의 실체를 부정하거나 종북세력을 '민주세력'인 양 추앙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국가정보원에서 발표한 '왕재산' 간첩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사건의 실체가 '김정일에게 절대충성하며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고 기도한 간첩단 사건'임이 명백한 증거와 함께 밝혀졌지만, 사람들은 간첩단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종북세력은 양심적 가책은 고사하고 '공안정국' '사건조작' 운운하며 정치공세로 몰아가고 있다. 간첩들을 두둔하기 위해 국정원에까지 몰려가 시위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북한의 대남도발과 간첩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 편들기에 급급한 사람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1970년대 이후 남한 내 종북세력은 운동권 내 주도권과 정통성 확보를 위해 북한과의 연계선(線)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고, 북한 대남공작기관은 종북세력에 대단한 은총을 베풀듯 북한으로 소환하거나 간첩을 남파시켜 지도해 온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김정일 집단으로부터 '은총'을 받은 수많은 운동권 인사들 중에 공안기관에 적발된 사람 외에 자기과오를 실토하고 자수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들어본 적이 없다. 민족을 절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로 무장한 채 3대 권력세습을 기도 중인 김정일 집단을 추종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나 민주인사로 추앙받으며 활동하는 이 음습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대착오적인 김정일 집단을 추종하겠는가라는 생각은 순진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다. 종북세력은 무력통일이든 평화통일이든 통일만 되면 북한 정권과 연대하여 권력을 탈취할 수 있다는 음험한 야욕을 품고 있다. 북한에 의해 무력통일이 되면 말할 나위도 없고, 평화통일이 되더라도 남북한 좌파가 연대하여 "나누어 먹자"는 구호를 내세워 2500만 북한 주민과 남한 내 소외계층을 공략하면 선거로도 충분히 북한노동당의 맥을 이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은 미래의 권력탈취를 위한 일종의 '보험'인 것이다. 남북한 통일 이후의 경제문제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정치체제에 대한 걱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평화통일의 최대 적(敵)은 인민의 지탄을 받으며 연명해가는 북한의 김정일 집단이 아니라 남한 내 종북세력이다. 김정일 체제는 시대착오성과 모순으로 가만히 두어도 붕괴될 것이고 북한 인민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겠지만, 종북세력은 통일 이후에도 온갖 거짓 선동으로 민족 내부의 갈등을 폭발시켜 우리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 제거보다 남한의 종북세력 청산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