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림, "'내 편 여론'만 민심인가," 조선일보, 2020. 8. 28, A30쪽.]    


얼마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 개혁 열망에 맞게 더 강력히 검찰 개혁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이 검찰 개혁을 열렬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8월 중순 MBC 조사에선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 인사와 검찰총장 권한 축소 권고안 등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52%)가 '잘하고 있다'(41%)보다 높았다. 검찰 개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여당 지지층에선 76%였지만 야당 지지층에선 겨우 6%였다. 여권(與圈)이 검찰 개혁에 대한 '여당 지지층의 열망'을 '국민의 열망'으로 둔갑시켰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공수처 출범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공수처는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여론조사를 누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최근 1년간 실시된 여론조사 중에서 공수처 찬성이 80% 이상이란 조사 결과가 보도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와 관련한 마지막 여론조사는 올해 1월 초 SBS 조사였는데, 공수처 찬성은 80%에 한참 못 미치는 54%였다. 공수처 찬성은 여당 지지층에선 85%였지만 야당 지지층에선 13%에 그쳤다. '국민 80% 이상'이 아니라 '여당 지지층 80% 이상'이 공수처를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였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국회에서 "집값 상승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안정화 정책에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 실장도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 다수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8월 중순 한국갤럽 조사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65%)가 긍정 평가(18%)를 압도했다. 정부의 '부동산 무능'에 불만이 높은 것은 다른 여론조사들도 비슷했다. MBC 조사에선 얼마 전 여당이 처리한 종부세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세법 개정안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을 것'(59%)이 '효과가 있을 것'(37%)보다 훨씬 높았다. 부동산 세법 개정안에 대한 긍정 평가는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층에선 65%였지만 반대층에선 14%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언급한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은 친문(親文) 지지층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한쪽 귀를 막고 '내 편 여론'만 민심으로 여기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