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가을부터 2020 가을에 이른 지난 1년은 해도 해도 너무한 한 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 한 해였다. 소위 운동꾼이란 패거리의 ‘사냥개 풀어 반대편 작살 내기’, 잘난 부모들의 뻔뻔스러운 특권질, 황당 궤변으로 제 식구 감싸기, 오만·방자함, 돈 추문, 성폭행, 막가파 행태가 하늘을 찌른 한 해였다.


그들은 진보·개혁·정의·공정·도덕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러나 그들은 그 탈을 쓴 ‘해 먹자’ 떼에 불과했다. 위선이었고 이중성이었다. 말런 브랜도와 알 파치노의 ‘갓 파더’가 따로 없다. 그들은 입법부를 ‘통법부’로 만들었고, 대법원과 검찰을 사당(私黨)으로 채웠다. 사유재산을 감시·감독하려 하고, 은퇴자 1가구 1주택에도 세금을 왕창 먹였다. 국고를 털어 유권자를 매수했고, 자영업자들을 파산시켰다.


세계적으로도 ‘리무진 좌파’ 유명인들의 위선은 정평이 나 있다. 미국 정치 컨설턴트 피터 슈바이처는 그의 저서 ‘리버럴의 위선’에서 클린턴 부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케네디 일가,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 진보 평론가 마이클 무어, 무정부주의 극좌파 놈 촘스키의 이중성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이들은 고매한 이상의 전도사임을 자임하면서 반대자들을 악(惡)으로 낙인찍었다. 부유세, 약자 우대 시책, 대기업 규제, 상속세 증액, 엄격한 환경 보호법을 도입하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생활은 거창한 말과는 정반대였다는 게 피터 슈바이처의 폭로였다.


마이클 무어는 정유(精油) 회사와 방위산업을 전쟁 모리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인 다국적 재벌 핼리버튼, 보잉, 허니웰의 유력한 주주였다. 놈 촘스키는 사유재산을 배척하면서 펜타곤(국방부)을 인류사 최고의 악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그는 펜타곤과 연구 용역 계약을 맺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열세 살 소녀에게 부모 동의 없이 임신중절수술을 해주자는 데 찬성했다. 그러나 그녀는 열세 살 난 자기 딸 첼시가 귀걸이 구멍을 뚫지 못하게 했고, 그 딸을 미성년자들에게 콘돔을 배포하지 않는 엄격한 학교에 넣었다. 낸시 펠로시는 농장 노조에서 2002년도 ‘세자르 차베스상’을 탔다. 그러나 그녀가 내파밸리에 소유한 포도원에선 비(非)노조원들만 갖다 썼다.


‘진보’를 자처하는 명망가들이 이처럼 다중 인격을 띠는 건, 자기들은 올림피아의 신들처럼 특별난 존재라고 자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금기(禁忌) 따위에 매이지 않는다. 혁명가들의 이런 초인(超人) 의식을 다룬 작품이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이다. 19세기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악령’은 당시 혁명적 지식인들의 병적 심리 상태를 음습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은 혁명에 미쳐버린 나머지 살인, 비리, 테러를 일삼으며 엽기적인 괴물로 변신한다.


키릴로프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고릴라에서 진화해 신을 폐기할 수준까지 왔고, 나아가 지구를 변혁할 수준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신이니까 제 목숨도 제 마음대로 처분한다는 식이다. 스타브로긴이란 캐릭터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 잔인한 혁명가다. 남들에게, 심지어는 어린아이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걸 즐기는 가학성 변태다. 그런 그는 자기 악행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신에게도 고통을 준다. 주인공들은 결국 악을 행한 자들이 아니라, 악에 사로잡힌 자들이란 뜻이다.


한국 운동꾼들도 유럽 문명을 짓밟은 훈족(族) 추장 아틸라처럼, 지금 한껏 난폭하게 ‘대한민국 72년’을 때려 부수고 있다. 이들도 ‘악령’의 주인공들처럼 “나는 세상을 변혁할 초인이다. 나는 그래서 못 할 짓이 없다”고 자만한다. 이들의 영혼에 그런 터무니없는 과대망상의 악령이 빙의(憑依)돼 있다. 이건 “소설 쓰네”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건 논픽션 다큐다.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해나 아렌트는 이런 미친 세상을 히틀러·스탈린 같은 독재자뿐 아니라, 그들의 선동에 휩쓸린 ‘졸고 있는 다수’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저질 선동꾼과 그에 휘둘린 45~50%의 ‘졸고 있는 다수’가 시진핑 제국주의·전체주의 하위 체계로 기꺼이 편입하고 있다. 반대쪽 깨어 있는 45~50%의 한국인은 그래서 물어야 한다. “홍콩이 남의 일이냐? 우리도 홍콩 시민이다. 우리 아들도 당장 휴가 보내라”고. 안중근 의사가 정말 벌떡 일어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