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 "‘이니님’의 꿈만 이루어진다," 조선일보, 2020. 10. 12, A35쪽; 정치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꿈을 주변에 수차례 얘기했다. “대한민국 주류 세력을 반드시 교체하겠다”는 것이었다. 진보 정부의 정책이 잇따라 실패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이 모두 주류 세력의 방해와 저항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국회부터 지방정부, 법원·검찰, 언론, 경제계까지 전 분야에 걸쳐 ‘주류 교체’를 이뤄내는 것이 필생의 과업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적폐 청산’은 기존 주류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진보·운동권·친문(親文) 세력’으로 채우기 위한 작업이었다.


노무현 청와대 시절부터 문 대통령의 또 다른 관심사는 북한과 노동 문제였다. 민정수석 시절 문 대통령은 별로 말이 없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대북 사업만 나오면 본인 업무가 아닌데도 열성적으로 나섰다. 어떻게 해서든 남북 교류를 성사시켜 북한과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정도면 됐다”고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 중심 정책’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집권 이후 문 대통령은 이를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추진했다. 대선·총선·지방선거에 연승하며 국회와 내각, 지방정부를 장악했다.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과 공공기관은 철저하게 친여 인사로 물갈이했다.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무력화하고, 경찰청장과 국세청장은 과거 함께 일했던 인사를 꽂았다.


사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등 독립적 헌법기관까지 친여·진보 인사들로 채웠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은 줄줄이 ‘우리법·국제인권법 연구회’와 민변·진보 진영 출신이 차지했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도 노골적으로 여당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됐다. 전 국가 기관이 ‘주류 교체’를 넘어 ‘친문 천하’로 바뀐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노동 정책에서도 본인의 뜻을 관철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지극히 불투명한데도 파상적인 ‘대북 드라이브’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대선에서 자신을 밀어준 노동계엔 철저히 보은(報恩)했다. 전교조 합법화에 이어 노동권을 대폭 강화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사이 대한민국은 국민 기대와 딴판으로 흘러갔다.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 민주당 윤미향·이상직 의원 등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고 ‘면죄부 수사’ 논란도 끝없이 이어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판결도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옵티머스·라임 사건에선 여권 핵심부에 대한 로비 진술이 나왔는데도 수사가 멈춰 섰다. 문 대통령이 그리 강조하던 ‘정의와 공정’은 무너지고 ‘친문만 살맛 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탄도미사일을 쏘고, 우리 국민을 사살해 시신을 불태워도 정부는 ‘맹탕 대응’으로 일관했다. 북한 눈치를 보느라 ‘찍소리 한번 못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민노총이 폭력을 행사하고 불법을 저질러도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기업 규제 법안은 줄줄이 쏟아내면서 ‘노동 개혁’은 한마디도 해선 안 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꿈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국민 삶은 피폐해지고, 정의는 실종되고, 안보는 불안해졌다. ‘대통령의 꿈’에 국민이 짓눌려 힘겨워 하고 있다. 그래도 여권과 문파들은 ‘이니님’(문 대통령 애칭)의 선정(善政)을 칭송하기 바쁘다. ‘잘사는 나라, 정의로운 나라, 안보 걱정 없는 나라’를 기대했던 국민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