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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인사에 무너지는 법원



[윤주헌, "코드 인사에 무너지는 법원," 조선일보, 2022. 2. 7, A34쪽.]


대법원이 4일 실시한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정기 인사에서 52명 판사들이 사직서를 냈다. 앞서 지난달 25일 고위 법관 인사를 앞두고 20명이 법원을 떠난 것까지 합하면 올해 벌써 72명의 판사들이 스스로 보장된 신분을 버렸다. 작년엔 80여 명, 재작년에는 60여 명이 법복(法服)을 벗었다. 최근 만난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판사들의 입사 지원서가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공급이 많으면 상품 가격은 떨어진다. 예전 같으면 전관(前官)이 갑(甲), 로펌이 을(乙)인데 요즘은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대형 로펌은 이제 판사도 골라서 데려간다.


심각한 것은 사직서 낸 판사들이 법원 내에서 ‘능력자’로 평가받는 이들이라는 데 있다. 작년 명예퇴직한 한 판사는 ‘숨만 쉬고 있어도 대법관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판사는 최근 몇 년 새 각광받는 파산·회생 전문가로 꼽혔다. 모두 법원에 필요한 인재들이었지만 로펌으로 둥지를 옮겼다. 올해엔 대법원에서 형사사건을 총괄하는 재판연구관이 사직서를 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요즘 판사들이 선호하는 곳인 고등법원 소속 판사 13명이 집단 사표를 내기도 했다.

판사들의 줄사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엔 한 해에 40~50명 정도 수준이었다. 회사 떠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 정상적인 경영진은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사를 발표하며 낸 보도자료에는 “법관 인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였다”는 자화자찬만 있다.

법원을 떠나는 판사들을 만나보면 “더 이상 법원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폐지되면서 더 이상 자신이 실력으로 평가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과 ‘정치적 코드’가 맞는지에 따라 좋은 보직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법원 주류가 된 우리법연구회, 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은 요직 곳곳을 꿰차고 있다.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해주기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인권법 출신인 김영식·김형연 전 부장판사는 아예 법원을 떠나 청와대로 갔다. 법원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대부분 판사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한다는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갖고 일을 한다. 몇 년간 이어진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는 일반 판사들의 이런 자부심마저 꺾어버렸다. 코드 인사가 계속될수록 법치(法治)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될 것이다. 적신호가 켜진 지 이미 오래인데 김 대법원장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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