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내가 했다’ 취지 발언 하루 만에 ‘나는 몰랐다’, 국민 우롱이다

[사설: "‘내가 했다’ 취지 발언 하루 만에 ‘나는 몰랐다’, 국민 우롱이다." 조선일보, 2021. 10. 21, A35쪽.]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틀 전 국정감사에서 ‘왜 (대장동)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됐느냐’는 질의에 “삭제한 게 아니고 (그 조항을)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 비슷한 취지의 말을 수차례 했다. 이 말을 듣고 이 조항을 넣지 못하게 한 사람은 이 지사 본인이었다고 해석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지금까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가장 큰 의문은 누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없앴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자신이 그 장본인이라고 한 것이다. 장본인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해 민간 사업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8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추가 이익 환수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5년 성남도공이 화천대유와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만든 내부 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이 7시간 만에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구속된 유동규씨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지사의 국감 첫날 발언을 놓고 ‘배임 혐의와 직결된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자신이었다는 걸 자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 지사 측의 말은 다음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 지사 측은 처음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은 이 지사가 아니라 성남개발공사라고 했다. 발언을 주워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20일 국정감사에선 이 지사가 직접 나서 “해당 조항을 넣자는 일선 직원 건의가 있었다는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당시 나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뺀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 간부 선에서 채택되지 않은 게 팩트”라고도 했다. 자신이 아니라 ‘간부’가 문제의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이틀 만에 ‘난 몰랐다’로 180도 바뀌었다.

이 지사는 구속된 유동규씨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사건 초기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이라더니 국감 첫날엔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고 했다. 그러다 두 번째 국감에선 ‘정말 중요한 인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유씨가 이 지사 선거를 돕다 2010년 성남시설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된 것에 대해선 “인사 절차 자체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유씨가 이재명의 ‘장비’로 불리는 실세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대장동 게이트와 같은 대형 의혹 사건에 대해 생업에 바쁜 일반 대중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정치인들은 이 점을 이용해 말 돌리기, 말 바꾸기, 궤변, 강변으로 대중에게 실체를 가리고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한다. 뻔뻔하게, 천연덕스럽게 할수록 대중의 눈을 더 잘 속일 수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 [대장동사건] ‘대장동 부패 공동체’ 국정 농단 관리자 2021.10.20 31
28 [대장동사건] 대장동 대박 예보, 2년 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관리자 2021.10.27 29
27 [대장동사건] 이재명 지사, 국민의 수준을 묻는다 관리자 2021.10.20 29
26 [좌파정권, 기본소득] "기본소득, 복지의 탈을 쓴 막대한 증세다" 관리자 2021.08.24 29
25 [권순일, 대장동사건] 재판 거래 수사 방치, 그사이 변호사 등록한 권순일 관리자 2022.12.29 26
24 [대장동사건] 검찰, 지금이라도 수사 중단 특검 자청해야 관리자 2021.10.27 26
23 [대장동사건] 재판서 나온 “李측 지분”… “절반 그분 것” 녹취록 보도와 일치하나 관리자 2022.11.02 23
22 [대장동사건, 좌파정권] 대장동 유동규 휴대폰 주워간 사람, 통화한 사람이라도 밝히라 관리자 2021.12.22 23
21 [대장동사건] “후보 바뀌었을 수 있다” 남욱 檢 진술, 짙어지는 ‘수사 거래’ 의혹 관리자 2022.03.03 22
20 [대장동 사건] “천화동인 1호는 李측 것” 법정 증언, 이번엔 사실 밝혀야 관리자 2022.11.10 21
19 [대장동사건] 유동규 “김용에 준 돈, 이재명 경선자금으로 알고 있었다” 관리자 2022.11.02 21
18 [이재명] 핵심 제보자 숨질 때까지 깔아뭉갠 李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관리자 2022.01.19 20
» [대장동사건] ‘내가 했다’ 취지 발언 하루 만에 ‘나는 몰랐다’, 국민 우롱이다 관리자 2021.10.27 20
16 [대장동사건] 검찰 대장동 수사 54일, 코미디 흥행작 소재 될 것 관리자 2021.12.01 19
15 [대장동 사건] ‘대장동 그분’은 “李 시장실”이라는 대장동 업자 법정 증언 관리자 2022.12.01 18
14 [대장동 사건] 충격적인 ‘38%’, 저질 정치 근거지는 양극단 국민 관리자 2022.12.15 18
13 [대장동사건] 李 지사 측근들 줄줄이 대장동 특혜, 어떻게 설명할 건가 관리자 2021.10.20 18
12 [대장동사건] 고속도 배수구서 발견된 대장동 문건, 저들끼리 “4000억 도둑질” 관리자 2022.03.03 17
11 [대장동사건] ‘재판 거래’ 말 없는 권순일, 대법원이 진상 밝히라 관리자 2021.10.27 17
10 [대장동 사건] 실체에 다가서는 ‘대장동 그분’ 의혹 관리자 2022.11.30 17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