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 뜬 국민 바보 만드는 文의 월성 1호 폐쇄와 탈원전," 조선일보, 2020. 10. 23, A35쪽.]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는 경제성 평가 왜곡·은폐를 조목조목 밝혀냈으면서도 조기 폐쇄 자체의 타당성은 감사 범위를 넘어선다며 판단하지 않았다. 이유로 든 것이 ‘한수원 이사회의 즉시 폐쇄 결정은 안전성·지역 수용성까지 종합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들은 조기 폐쇄 결정으로 인한 자기들의 형사 책임이나 피소(被訴) 가능성은 길게 논의했지만 안전성, 지역 수용성은 제대로 거론하지도 않았다. 한수원도 '계속 운전 안전성 평가, 후쿠시마 후속 안전 점검과 개선,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에서 만족·적합 평가를 받았다. 다만 추가 안전설비 투자는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월성 1호기는 안전성도, 경제성도 다 문제가 없는데 자료 조작으로 조기 폐쇄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왜곡된 정책도 정부가 ‘종합 고려 했다’고 주장하면 문제 삼을 수 없게 된다.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는 걱정스러운 전례를 남겼다.


감사가 끝나자 이 정부는 “흔들림 없이 탈원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탈원전의 왜곡 조작이 드러났는데 그에 대해선 시치미를 떼고 탈원전을 계속한다고 한다. 이런 억지가 통하는 나라가 됐다. 정부가 탈원전을 공식으로 채택한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 ‘탈원전 로드맵’도 이와 유사한 ‘되돌려 치기’ 왜곡 사례였다. 정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석 달 토론 끝에 ‘찬성 59.5%, 반대 40.5%’로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그런데 나흘 뒤 정부는 ‘그건 그거고’ 하는 식으로 오히려 탈원전에 대못을 박았다. 근거는 공론화위원회의 설문 23개 중 슬쩍 끼워 넣은 질문 한 개였다. 이 역시 결론을 정해놓고 근거를 만든 것이다. 이 모든 무리한 일은 문재인 대통령 고집을 관철한다는 목적 하나뿐이다. 2017년 탈원전 로드맵과 이번 월성 1호 감사를 보면 국민이 눈 뜬 채 바보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