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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1938년의 순간’

자유진영 안이함과 나태가 나치의 진격을 용인했다
“침략자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역사 속 교훈 잊은 것 아닌가


[김신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1938년의 순간’,"  조선일보, 2023. 12. 9, A31쪽. 국제부장]

우크라이나 청년 비탈리 쿠즈멘코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자원입대해 남부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는 구(舊)소련이 붕괴해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 태어났다. ‘자유민주주의 우크라이나’를 당연히 여기며 자란 그는 스물두 살 때 친러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폭정에 맞선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진압대에 구타당해 다리가 부러지고 교도소에 갇혔다. 얼마 전 키이우에서 만난 그는 “야누코비치는 축출됐지만 내 삶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가 너무 싫어 친러 정부에 맞섰고 이겼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바로 이듬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해 무력으로 병합해버렸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우크라이나인은 전쟁이 지난해 발발했다고 여기지 않았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및 강제 병합 때 시작된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라고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제사회가 당시 러시아를 용인했기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서방 주요국을 중심으로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추가 침공을 멈추되 이미 점령한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라는 협상안이 확산 중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역사학도였던 쿠즈멘코씨는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은 ‘침략자는 절대로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은 러시아가 멈출 생각이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지금이 두 번째 ‘1938년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지목한 ‘1938년’은 나치 독일의 체코 침공을 영국과 프랑스가 사실상 용인한 때를 뜻한다.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데 이어 체코 서부 주데텐란트를 침공하자 영국 국민은 확전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히틀러와 회동 후 런던으로 돌아와 이야기가 잘되었다며 합의문을 흔들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입니다! 이제 집에 가서 조용히 주무시길 권합니다.” 후일 조롱거리가 되는 이 합의문은 지금 거론된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안과 닮았다. 이미 점령한 체코 땅은 독일이 가져가고, 대신 유럽의 추가 침략을 멈춘다는 내용이 골자다. 독일은 하지만 이 합의를 비웃듯 체코를 곧 전부 병합하고 1년 후엔 폴란드를 점령했다. 2차 세계대전의 시작점이다.

침략자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로 알아보고 뭉친다는 것이다. 나치의 독일, 파시스트의 이탈리아, 제국주의의 일본은 1940년 동맹 조약을 맺고 세계를 전쟁으로 완전히 몰아넣었다. 러시아가 지금 북한·이란·벨라루스 등과 ‘독재자 동맹’을 강화하는 현실을 쉽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만난 한 일본 언론인은 “당시 세 나라는 ‘어라, 이래도(타국 침공) 되는구먼’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며 “그 믿음은 결국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몇 년 후 우리가 지금을 돌아보며 ‘그때 러시아를 저지했어야 한다’고 후회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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