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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미스터리… 러 정보요원 교도소 방문 이틀 후 사망

푸틴의 정적 죽음 둘러싼 의혹 넷


[정철환, "나발니 미스터리… 러 정보요원 교도소 방문 이틀 후 사망," 조선일보, 2024. 2. 19, A5족. 파리 특파원]

러시아 내에 남은 마지막 민주 투사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불렸던 알렉세이 나발니(48)의 옥중 죽음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당장 그의 사인부터 명확하지 않은 데다 시신의 소재도 오리무중이다. 사망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의 수상한 교도소 방문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는 나발니 사망 다음 날인 17일 “시신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와 함께 나발니가 숨진 시베리아 북부의 제3 교도소를 찾아 시신 확인을 요구했으나 “이곳에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부검을 위해 옮겨졌다는 인근 마을의 영안실에도 그의 시신은 없었다고 한다. 야르미슈는 “(부검을 핑계로) 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나발니의 어머니는 “수사관들이 시신을 숨기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행방불명된 시신은 그의 암살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있다. 자연사가 아닌, 외력이나 독(毒)에 의한 타살 증거가 겉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검을 명분으로 증거를 없애려 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가 끝까지 그의 시신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의 무덤이 반(反)푸틴 저항 운동의 상징이자 중심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된 암살인가

나발니의 죽음 발표도 지나치게 신속했다. 교도소 측은 현지 시각 16일 오후 2시 19분 그의 사망을 발표했다. 공식 사망 시점(오후 2시 17분)에서 불과 2분 후다. 크렘린궁의 짤막한 논평은 그로부터 7분 만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권 단체 ‘굴라구넷’은 “그의 죽음이 분초 단위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는 “같은 교도소 수감자들은 이미 당일 오전 10시에 나발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공식 사망 시점까지 약 4시간 동안 그의 사망을 발표하기 위한 모종의 준비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이 매체는 또 “나발니 사망 이틀 전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량 여러 대가 교도소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더타임스 등은 이날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교도소를 방문,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 연결을 끊고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날까지 멀쩡했다

나발니는 사망 전날인 15일까지도 멀쩡했다고 한다. 이날 교도소에서 온라인으로 재판에 참석해 “재판이 지연된 탓에 영치금이 다 떨어져 가니 판사님이 돈 좀 넣어달라”고 농담을 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러시아 당국의 공식 입장은 “나발니가 혈전증(血栓症)으로 돌연사했다”는 것이다. 피가 굳은 덩어리가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서방 언론들은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BBC 등은 “포괄적이고 모호한 용어”라며 “시간상 부검을 해보지도 못했을 텐데 혈전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이상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혈전 유발 물질을 억지로 투입한 뒤, 혈관이 좁아지는 추운 환경에 노출시켜 죽게 만들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노바야가제타는 “나발니가 사망 당일 섭씨 영하 20도의 기온에 운동장에서 4시간가량 있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침묵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6일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thugs)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모인 서방 지도자들도 “푸틴과 그의 정권이 나발니를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쏟아지는 비난에도 이상하리만큼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자, 바로 다음 날 애도 성명을 낸 것과 정반대다.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인권 변호사 출신 야권 지도자. 2011년 반(反)부패 재단을 창설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했다. 2016년 12월 대선 출마를 선언, 4달 뒤 괴한에게 독극물 투척 테러를 당해 오른쪽 눈을 다쳤다. 2020년 8월 비행 중 독극물 중독으로 혼수 상태에 빠졌지만 살아남았다. 2021년 극단주의 활동 등 혐의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고 복역하다 지난 16일 돌연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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