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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서울 남으라” 했다? 런승만 연설은 없었다

다큐 ‘건국전쟁’으로 본 이승만 행적 오해·진실


[유석재, "6·25때 “서울 남으라” 했다? 런승만 연설은 없었다," 조선일보, 2024. 2. 19, A10쪽. 기자]

“이승만은 한강 다리를 폭파해 국민을 죽이고 도망간 뒤 몰래 망명하려 했다.”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쪽에서 단골 비판 소재로 써먹는 말이다. ‘런(run)승만’이라고 조롱한다. 최근 개봉해 누적 관객 62만명을 넘어선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이에 대해 반박했다. 한강 다리 폭파, 라디오 연설, 피란 결정, 망명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박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했다.

①한강 다리 폭파해 민간인 희생?: 민간인 희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6·25전쟁 초기인 1950년 6월 28일 새벽 국군이 한강 인도교와 한강 철교를 폭파했고, 이 때문에 다리를 건너던 민간인 수백 명이 희생됐다고 알려졌다. 희생자는 ‘800명’으로 언급됐고 ‘4000명’이었다고 쓴 출판물도 있었다. 이승만 본인은 피란을 갔으면서 국민은 정작 피란 가지 못하게 죽였다는 비난의 근거였다.

하지만 영화 ‘건국전쟁’은 ‘폭파 당시 민간인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게 통제했고, 폭파로 죽은 사람들은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 70명’이라며 민간인 희생설을 반박했다.

‘민간인 희생자 800명’설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미 군사고문단이 ‘500~800명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폭사 또는 익사했다’고 추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추정치였을 뿐 검증된 자료가 아니다. 1964년 설립된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현 군사편찬연구소)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낸 ‘한국전쟁사’ 1권(1977년 개정판)은 “한강 다리 폭파로 희생된 사람 중 경찰 76명이 순직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기철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 조사팀장은 2014년 연구서 ‘국민은 적이 아니다’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경찰 70여명 외에 민간인 희생자는 확인되지 않았고, 당시 한강 다리는 군사 통제로 민간인이 건널 수 없었다는 것이다.

②안심하고 서울에 남으라는 라디오 연설을 했다?: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으나 오해 소지는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6월 27일 피란을 간 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서울 시민 여러분, 정부는 서울을 지킬 것이니 안심하고 서울에 남으십시오’라고 연설했다는 일 역시 그에 대한 비판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건국전쟁’은 미 CIA 감청 부서가 기록한 27일의 이승만 연설 기록을 검토한 결과 “적군은 전차로 무장하고 진격 중이며 국군은 맞서 싸울 수단이 없다” “맥아더 장군이 우리를 위해 장교와 군수 물자를 보낼 것”이라는 내용은 있지만 ‘시민 여러분이 안심하고 서울을 지켜 달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27일 밤 10시에 방송된 이승만의 연설은 “모든 시민들이 전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용기와 애국심을 발휘할 것을 믿는다”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이승만이 서울 시민에게 안심하고 서울에 남으라는 방송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그러나 이 방송을 전후해 ‘국회가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결의했다’는 소식 등이 방송됐기 때문에 청취자로서는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③전쟁 발발 직후 대전 피란을 이승만 스스로 결정했다?: 25일 밤 피란 의사를 밝혔다는 기록이 있으나 실제 피란은 27일이었다

6월 27일 새벽 이승만이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피란을 간 데 대해서도 비판이 있었다. 이승만의 피란은 전쟁을 두려워한 본인의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건국전쟁’은 “전쟁 상황에서 국가원수가 국가 안보와 정부의 연속성을 위해서 안전한 후방으로 긴급하게 간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이승만에게 피란 의사가 있었는지는 자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미 국무부가 1977년 공개한 자료 ‘1950년 미국의 대외 관계 제7부’는 이승만이 6월 25일 밤 존 무초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대전으로 피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음 날인 26일에도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27일 새벽 2시 열린 비상 국무회의에서 신성모 국방 장관과 조병옥 등이 대통령에게 서울을 떠날 것을 건의했고, 이때 강하게 피란을 거부하던 이승만은 4시가 돼서야 서울역에서 특별 열차를 탔다.

‘민간인 희생자 800명’설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미 군사고문단이 ‘500~800명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폭사 또는 익사했다’고 추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추정치였을 뿐 검증된 자료가 아니다. 1964년 설립된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현 군사편찬연구소)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낸 ‘한국전쟁사’ 1권(1977년 개정판)은 “한강 다리 폭파로 희생된 사람 중 경찰 76명이 순직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기철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 조사팀장은 2014년 연구서 ‘국민은 적이 아니다’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경찰 70여명 외에 민간인 희생자는 확인되지 않았고, 당시 한강 다리는 군사 통제로 민간인이 건널 수 없었다는 것이다.

④망명정부를 구상했다?: 미국 측의 망명정부 건의를 거부했다

일각에선 ‘이승만이 해외에 망명정부를 세울 것을 요청했다’는 말을 꺼낸다. 망명 정부를 요청한 자료가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1996년 일본 산케이신문이 처음 보도했지만 신빙성 있는 자료로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2015년 KBS가 관련 내용을 첫 보도인 것처럼 방송했으나 부실 보도라는 비판을 받고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삭제한 뒤 방통위의 ‘주의’ 징계를 받았다.

‘건국전쟁’은 이 보도의 스틸 사진만 잠시 드러냈을 뿐 따로 반박은 하지 않았으나 “무초 대사가 망명정부를 건의하자 이승만이 총을 빼 들고 ‘인민군이 쳐들어 오면 내 아내부터 쏘고 그들을 쏜 뒤 나를 쏘겠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것은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기 중 1950년 8월 13일 상황을 옆에서 보고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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