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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복지의 탈을 쓴 막대한 증세다

[김현숙, "기본소득, 복지의 탈을 쓴 막대한 증세다" 조선일보, 2021. 8. 18, A34쪽.]

자산·소득 심사도 없고, 근로 여부도 무시하고,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누구에게나 정기적으로 동일 액수의 현금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이 실현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은 토지, 자연환경, 모든 지식과 정보는 일종의 공유재(common goods)이므로 모두가 주인이고 이를 소유할 동등한 권리를 지녔다는 동의하기 힘든 철학에서 출발한다. 기존 사회보장제도에 사각지대가 있고, 자산·소득심사의 행정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실행 측면에서 단순하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토지·지식·정보 모두가 공유재는 아닐뿐더러 재원 마련 등을 고려한다면 기본소득 도입이 쉬운 작업일 리 없다.

공적 이전소득을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뼈대가 가구 단위로 설계된 논리적 근거를 무시한다. 1인 가구를 제외하고 가구원 수가 같아도 가구마다 구성원의 나이·근로 여부·자녀의 수·소비 패턴이 다르다. 세금부담 수준도 가구 구성원의 소득·자산·소비 패턴에 따라 다양하다. 개인 단위로 기본소득을 제공하게 되면 가구원 수가 같은 가구는 지원소득은 같으나 가구별로 내는 세금은 다르므로 소득재분배가 어떻게 될지 사전적으로 알 수 없다. 1인 가구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가는 추세이기는 하나, 1인 가구는 대부분 노인 또는 청년 가구다. 노인 세대의 70%는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어 기본소득은 기초연금과 중복된다. 청년 세대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구매력이 천차만별이므로 나중에 세금을 거둔다는 명목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가정 내 가사·육아·돌봄 노동과 같은 무급 노동에 대해서도 대가를 제공하게 되므로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무급 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가정 내 노동에 소정의 대가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남편의 가사·육아 분담을 저해하고, 성별 분업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2019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나이나 학력 수준과 무관하게 많은 기혼 여성들은 배우자 소득이 충분치 않다고 답하고 있다. 따라서 남편의 소득 수준과는 큰 관계없이 기혼 여성의 일하고 싶은 의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양성평등은 60%대에 머무는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고, 특정 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종이나 직무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가는 것이지 가사노동에 대해 푼돈 수준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기본소득은 근로 의욕을 감소시킨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다.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소득이 증가하면서 노동 공급이 감소하고, 당연히 국민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근로 빈곤층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자립을 지원하고자 2008년 도입된 근로장려금은 계속 확대되어 거의 5조원 수준을 지급하고 있다. 설계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로장려금이 일부 소득 구간에서 노동공급을 증가시켰다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기본소득제는 근로장려금을 배척한다. 자본주의 복지제도의 핵심은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노동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일할 수 없거나 노동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기에 부족한 소득을 얻는 사람에게는 정부가 소득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득 안전망이 근로 의욕을 저해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다면 노동의 가치는 사라지고 성장은 물 건너간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세개혁을 빌미 삼아 증세를 주장할 것이다. 이미 탄소세 도입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증가한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도 부족하다며, 현재 주택 공시가격 상위 2%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집과 토지를 가진 국민 전체로 확대하는 보편적 보유세 도입을 주장한다. 모든 자산을 찾아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wealth tax) 도입도 논의될 것이다. 스웨덴의 이케아는 부유세를 내다 지쳐 외국에 재단을 세워 자산을 모두 기부했다. 부유세 폐지 이전의 스웨덴에서 부유세로 거둬들이는 한 해 세금이 6400억원인데, 외국으로 빠져나간 스웨덴 자본은 200조원에 이른다. 용돈 수준의 푼돈이라는 조롱을 듣지 않으려면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소득·자산 상위층, 법인을 겨냥한 추가적인 세금 거두기를 시도할 것이다. 동전의 앞면은 보편의 탈을 쓴 기본소득이고, 뒷면은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증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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