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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에서 물밀 듯 터져나오는 ‘원전 불가피論’

[사설: "나라 안팎에서 물밀 듯 터져나오는 ‘원전 불가피論’," 조선일보, 2021. 11. 12, A35쪽.]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원자력 비중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 환경 보전, 경제 효율 등 어떤 면에서 봐도 원자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 대국민 담화에서 “에너지의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새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조만간 6기의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마크롱 정부의 경제재정부 장관은 “원자력 필요성은 이념이 아니라 수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항공·에너지 업체인 롤스로이스의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 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저탄소 에너지를 도입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고까지 말했다.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지난달 “후손을 위해 이념에서 벗어나 (과학적) 사실에 집중하자”면서 원전 재도입을 주장했다. 유럽 10국 장관들은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 무기”라는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유럽의 이런 움직임은 탄소 중립에 원자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더해 최근 심각해진 에너지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연내에 원자력을 ‘지속가능 에너지’로 분류해 원전 투자의 물꼬를 터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중국 역시 향후 15년 사이 신규 원전 150기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승일 한전 사장이 10일 “국민 공감대가 있다면 원전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SMR에 5000억원 이상 기술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수원 정재훈 사장도 지난달 국회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는 나라가 있다.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바로 그 나라다. 지난 3일 한·헝가리 정상회담 뒤 헝가리 대통령이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탈원전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수준의 탄소 중립을 하겠다면서 탈원전도 동시에 하겠다는 모순을 버젓이 발표한다. 단순한 아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태양광의 4분의 1밖에 배출하지 않고, 3세대 원전의 중대 사고 사망자 수는 태양광의 37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국제적 조사 결과들이 나와 있다. 누가 집권하든 즉시 탈원전을 폐기하고 ‘잃어버린 원자력 5년’을 회복시키는 노력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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