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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에 116년 전 일 따지는게 이재명식 외교인가

[시설: "미 의원에 116년 전 일 따지는게 이재명식 외교인가," 조선일보, 2021. 11. 15, A39쪽.]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1905년 일본의 가쓰라 다로 총리와 미국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육군장관이 한반도와 필리핀에 대한 상호 지배권을 인정한 구두 합의다. 이 밀약이 하나의 디딤돌이 됐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일제에 강점당한 근본적인 원인은 나라를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마치 비극의 책임이 미국에 있는 것처럼 미 상원의원에게 따진 것이다.

눈웃음을 짓던 오소프 의원의 얼굴은 이 발언 후 바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는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군과 함께 싸운 유엔군과 미군을 기리기 위해 헌화했다”면서 “양국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속적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답했다. 그는 동맹 강화를 위해 상원대표로 방한했다. 70년 전 자유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함께 피를 흘렸던 동맹국과의 우의를 확인하려 했던 미 의원은 116년 전 협약을 들이대는 이 후보의 문제 제기에 당혹했을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해방정국에서) 미군은 점령군이었다”면서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미군이 일제에는 점령군이지만 한국인에겐 해방군이었다는 역사학계 평가와 거리가 먼 얘기였다. 이 후보는 최근에도 “해방 후 미국은 점령군이 맞고, 정부 수립 후엔 동맹”이라고 했다.

20세기 역사 속에서 세계 각국은 내 편, 네 편이 수시로 바뀌는 격변을 치렀다. 그렇게 얽히고설켰던 원한 관계에 대해 모두 셈을 따지려 들면 끊임없이 서로에게 으르렁댈 수밖에 없다. 쓰라린 상처가 유난히 깊었던 동북아 한중일 세 국가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 지도자들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주변 국가들과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대한민국을 질적으로 다른 도약과 발전의 시대로 이끌겠다”고 했다. 그 다짐을 실천에 옮기고 싶다면 과거에 갇혀있는 자신의 편협한 역사관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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