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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적 소동]

광복회장과 '건국 부통령' 이시영

[유석재, 광복회장과 '건국 부통령' 이시영," 조선일보, 2024. 8. 17, A27쪽. 문화부 차장]

지난 12일 광복회는 뉴라이트를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식민 지배 합법화를 꾀하는 지식인이나 단체’, 사실상 ‘친일(親日)’로 규정하면서 ‘뉴라이트 판별법’ 9가지를 제시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일이 있었다.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는 뉴라이트”라고 밝힌 것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을 지난 3월 인터뷰했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는 국망 직후 만주로 건너가 전 재산을 털어 항일운동을 한 우당 이회영(1867~1932)이다.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한 인물은 이회영의 동생이자 자신의 작은할아버지인 성재 이시영(1869~1953)이었다.

이 회장은 “내가 1983년 민정당 원내총무 시절에 남산 백범(김구) 동상 건너편에 작은할아버지 동상 건립을 주도했다”고 회고했다. “동상은 의자에 앉아 한 손을 들고 있는데 ‘백범! 가면 안 되오, 저들에게 속는 거요’라며 남북협상을 말리는 형상이었다”고 했다.

이시영은 중국에 세워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김구와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해방 후 환국한 이시영은 대한민국 정부에 참여해 초대 부통령이 됐다. 1948년 8월 15일 오전 11시 중앙청 광장에서 열린 정부 수립 선포식에서 이승만과 함께 단상에 올라 주권, 영토, 국민을 지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졌음을 세계에 알렸다.

이시영은 왜 김구 등 여러 임정 인사와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에 참여했을까. 1948년 1월 18일 그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이 총선거를 관리하기 위해 서울에 왔지만, 소련의 거부로 38선을 넘지 못한 것을 애통해하고 있었다. “금번에도 소련이 종시 거부한다면 우리는 다 죽어가는 동포를 그대로 둘 것인가. 유엔단이 이 기회를 잃고 돌아간 뒤에 이런 회합이 다시 있을까.” 5·10 총선으로 우선 한반도 남쪽만이라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는 방책 말고는 세계에 독립을 호소할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시영이 김구와 등진 것은 아니었다. 이종찬 회장은 인터뷰에서 “작은할아버지께서는 정부 수립 전후로 사이가 틀어진 백범과 우남(이승만) 사이에서 두 분을 화해시키려고 무척 애를 쓰셨다”고 했다.

그런데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 말하면 친일파가 된다는 것은 무슨 얘긴가. 그 말대로라면 이종찬 광복회장은 작은할아버지에 대해 ‘건국 부통령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것이 되는 셈이다. 독립운동가 가문이라는 명예를 지니고 살았다는 이 회장이 자신의 집안을 오히려 폄훼하는 것은 아닌가?

인터뷰 당시 이 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만나본 이승만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현명한 인물이었다” “우남과 백범 두 분 모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데 한 분을 낮춰서는 안될 일” “이승만의 공(功)은 8, 과(過)는 2″라고 했다. 5개월 새 무엇이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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