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은 감소, 월세는 증가, 하위 20% 더 가난하게 만든 정부," 조선일보, 2020. 8. 25, A35쪽.]    


올 2분기 중 소득 하위 20% 계층이 월세 등으로 지출한 주거비가 1년 전보다 14% 늘어난 월 9만1700원으로, 다른 모든 소득층보다 많았다. 11년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전세의 급속한 월세 전환과 이에 따른 월세값 상승이 가장 가난한 저소득층 부담으로 전가됐다는 뜻이다. 실제 2분기 중 전체 가구의 주거비 지출이 1년 전보다 1.8% 줄어든 속에서도 하위 20%는 14%, 20~40%는 13%씩 늘었다. 가진 자를 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이 결국 못 가진 자를 더 어렵게 만든 것이다.


서민 약자를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약자들을 더 못살게 하는 역설이 계속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겠다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자 저소득층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졌다. 취약 계층이 주로 취업하는 음식점·편의점 등의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이 감소하고 임시직·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 부담과 경기 악화를 견디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량 폐업 위기에 몰렸다. 그 결과 중상류층의 소득은 늘어나는데 유독 하위 20%층의 근로소득만 3년째 내리 쪼그라들었다. 2017년 4분기에 월 68만원이던 하위 20%의 근로소득이 작년 4분기엔 45만원으로, 2년 새 무려 33%나 급감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소득 격차는 사상 최악으로 확대됐다.


그렇게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수입을 줄여 놓고는 세금으로 메워주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문 정부 들어 하위 20%는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보다 각종 보조금, 공적 수당 등의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받는 이전(移轉)소득이 더 많은 세금 의존층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세금을 퍼부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근로소득과 정부 지원금 등을 다 합친 하위 20%의 총소득은 2년 새 12% 줄었다. 전 소득층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저소득층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정부는 통계 작성 방식 자체를 바꿔 올해 소득액을 과거 통계와 비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새 통계 방식이 적용된 올 2분기에도 하위 20%는 근로소득이 18% 감소하고 전체 소득의 47%를 각종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생계를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역설은 이념을 우선한 국정의 필연적 결과다. 집값 안정보다 가진 자 징벌이 우선인 부동산 정책, 마차가 말을 끈다는 식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서민을 절망시키고 민생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으로 돌아왔다. 현실을 무시한 이념 주도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역설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