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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권은 우리의 통일 파트너가 될 수 없다

30년 전 통일 추진 서독 콜 총리 통일 파트너 되자는 동독에
”먼저 민주화부터 하라” 요구 北에 굴종하는 현 정권에 귀감


[김태훈, "北 정권은 우리의 통일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조선일보, 2021. 5. 10, A35쪽.]

문재인 정권은 북한 김정은 왕조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 믿는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북한이 싫어하니 잠시 접어두자고 한다. 북한 김여정이 최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자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겠다며 납작 엎드린 것도 그런 인식에 근거한다.

북한 정권과의 평화에만 집착하는 이 정권의 태도는 30년 전 서독의 통일 접근법과 정반대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 정권은 서독에 화폐와 경제 통합을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콜은 이를 거절했다. 동독 정권의 정통성 결여를 지적하면서 “민주화부터 먼저 하라”고 압박했다. 동독 독재자들 눈치 따윈 보지도 않았다. 통일에 소극적이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통일은 동·서독 양쪽 주민의 동의를 받아 민주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동독 전체주의 독재 정권에는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콜은 이듬해 3월 자유 총선으로 동독에 들어선 민주 정권을 파트너 삼아 그해 10월 통일을 완성했다.

콜이 이런 원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동독 주민들의 확고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독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나는 동독인”이란 응답은 30%대에 머문 반면 “나는 독일인”이라는 응답은 60%를 넘었다. 잘사는 서독을 동경해서만은 아니었다. 서독이 베를린 장벽을 넘어오는 동포들을 멸시하거나 배신자로 낙인찍어 추방했다면 “못살아도 동독인으로 남겠다”고 했을 것이다.

서독의 통일 정책은 동독 정권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맞춰졌다. 서독 버전의 햇볕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동방 정책도 동독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독인의 인권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됐다. 동·서독 정상회담에서 동독 서기장이 인프라 지원과 차관을 요청하면, 베를린 장벽에 설치된 저격용 자동소총 철거라든가 민간 교류 확대 등의 조건을 달아 관철했다.

2차대전 이후 1948년 6월부터 11개월간 지속된 소련의 서(西)베를린 봉쇄 사건도 서방을 향한 동독인의 갈망을 자극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서방은 봉쇄를 뚫고 비행기로 생필품을 공수해 서베를린 상공에 뿌렸다. 어린이들에게 과자와 사탕을 보내기 위한 ‘작은 식품 공수 작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실어 나르는 ‘산타클로스 작전’도 펼쳤다. 이 모든 광경을 동독 주민들이 감탄하며 지켜봤다. 그들은 서쪽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수송기에서 서방의 인권 옹호 메시지를 읽었다. 동·서독 체제 경쟁은 그때 이미 결판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북 전단은 북한 정권과 화해하는 데는 걸림돌이겠지만 북쪽 주민에겐 남녘 동포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산다는 사실을 알리는 증거다. 접경지 주민 안전이 우려된다면 비공개 살포를 유도해야지 처벌할 일은 아니다. 김정은 남매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겐 옛 소련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을 들려주고 싶다. “협력은 평화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협력은 열린 사회 간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가 이웃의 전체주의 국가에 대해 갖는 두려움 때문에 하는 협력은 굴종일 뿐이다.”

콜 서독 총리가 동독 전체주의 정권을 통일 협상 파트너로 여기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선언 3주년을 맞아 “북한과 다시 대화할 시간”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우리의 대화 상대는 전제 왕조가 아니다. 그들과 헛된 협상에 매달릴 게 아니라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 세대 전 독일 통일 역사가 이미 증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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