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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필자들이 수정 거부한 '금성 교과서' 법대로 처리하라," 조선일보, 2008. 11. 5, A31쪽.]

역사 왜곡 교과서의 대표격인 금성출판사 간(干) 한국 근현대사 필자들이 4일 왜곡 부분을 수정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권고를 거부했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검인정(檢認定)을 통과한 교과서를 정부가 고치라는 것은 검인정제도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어서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과부 수정 권고는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으로 묘사한 대목 등 핵심 부분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대부분 단어를 바꾸거나 접속어를 삭제·수정하는 식이어서 하나 마나 한 것들이다. 김일성을 미화한 대목조차 뭐가 두려워서 그랬는지 필자들이 알아서 고치라고 맡겼다. 권고를 받은 당사자인 금성 교과서 필자들조차 교과부가 그런 걸 고치라고 하려면서 소동을 피웠느냐는 듯이 "(교과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비아냥거렸을 정도였다. 그랬던 필자들이 허울뿐인 교과부 수정 권고안(案)마저 퇴짜를 놓은 것은 "어떻게든 집필진과 합의해 해결하겠다"고 처음부터 벌벌 기어다닌 교과부를 우습게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정이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는 방법 밖에 없다. 교과서 발행과 공급에 관한 대통령령(令)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1항은 '교과부 장관은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검정 도서의 경우에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제38조는 이 명령을 위반했을 때 검정 합격을 취소하거나 발행을 정지시킬 수 있게 했다. 금성 교과서 필자들의 주장과 달리 현행 검정제도는 검정을 일단 통과한 교과서라도 내용에 심각한 잘못이 있을 경우 재검정과 수정, 검정 취소의 길까지를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금성 교과서는 2002년 검정 때 가장 중요한 '내용 오류와 편향적 이론·시각·표현'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검정을 통과했고, 전교조는 50%가 넘는 학교에서 이런 반(反)대한민국적 교과서를 토대로 청소년에게 우리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가르쳐 왔다. 우리 청소년들은 금성출판사 교과서와 같은 왜곡 교과서가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제나라 역사를 바르고 정확하게 배울 기회가 열리게 된다. 그러려면 금성출판사 교과서와 같은 왜곡 교과서를 교실에서 추방하는 걸로 그칠게 아니라 보다 수준 높고 균형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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