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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는 傲慢이 대통령의 덫

국민 두려워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권, 怪物이 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7년 정초 '유시유종(有始有終)'이란 붓글씨를 써서 언론에 공개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뜻의 이 말에 정권을 아름답게 끝맺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임기 종료를 1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각오는 며칠 안 가 한보 비리(非理) 사태가 터지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흔한 은행 대출 비리인가 했던 사건은 대통령의 아들을 교도소로 보냈고 결국 IMF 외환 위기로 이어졌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과거 대통령들-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정치군인을 포함해서-은 세상의 상식을 두려워했다. 상식과 어긋난 일을 벌일 때는 세상의 눈치를 살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김병로 대법원장이 사법권 독립을 명분으로 저항하자 더 밀고 나가지 않고 뜻을 접었다. 세상이 대법원장 편이었기 때문이다. 단독정부 수립 문제로 갈라섰던 백범(白凡)의 아들을 군(軍)에서 내보내지 않고 훗날 참모총장이 될 길을 터 주었다. 세상의 상식이 그래야 마땅하다 했기 때문이다. 독재로 흘러 4·19 혁명을 맞았던 그는 마지막 순간 '젊은이가 불의(不義)를 보고 일어서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식을 되찾았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모든 질서의 시작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본도 다를 게 없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부는 국민이 투표로 맡긴 권력을 행사하지만 그 결과에 따른 책임 소재(所在)를 흐지부지 못한다. 과거 두 대통령은 자식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부모 자식 간의 질긴 인연(因緣)에서 모진 마음을 먹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정권과 나라가 무너지고 만다는 절박함에 눈을 질끈 감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없다. 국민은 선거로 대통령을 뽑아 5년 동안 권력을 위임한다. 대통령은 그 권력으로 행정부와 사법부의 핵심 자리에 대한 임면권(任免權)을 행사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은 고맙고 무서운 존재다. 자리를 줘서 고맙고, 준 자리를 뺏을 수 있기에 무섭다. 그러나 이 정권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에게 그 권력을 맡겼는지는 까맣게 잊었다.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는 의식이 있을 턱이 없다. 집값 대책을 23번 발표하고도, 동맹을 거추장스러워하며 대북 정책에 모든 걸 쏟아붓고서도 정상회담 사진 앨범 하나 달랑 쥐고 있는 안보 책임자도 '그만두라'는 말이 없었다며 뻗치기를 한다.


국정의 책임 소재가 실종(失踪)돼버린 사태는 대통령이 만들었다. 청와대는 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뻐꾸기시계처럼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울었다. 대통령 본인이 누가 자신에게 임명권(任命權)을 주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결과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의·대통령을 위한·대통령에 의한 정부'가 되고 말았다. 링컨은 '국민의·국민을 위한·국민에 의한 정부는 지상(地上)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반대 정부에도 그런 행운이 따를까.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부만큼 무서운 정부가 없다. 지금 국민의 '뒤를 캐고' '수사하고' '잡아가고' '재판하는' 기관의 중요한 목은 모두 대통령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검찰총장을 총장실에 유배(流配)·격리 수용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과 대통령 사람들 수사는 올 스톱됐다. 그래도 발을 편히 뻗지 못하겠는지 온갖 무리를 해가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정권들은 '세상이 다 아는데 대통령 혼자만 모르고 있던 일'이 터지면서 무너졌다. 이 정권의 큰 불씨·작은 불씨는 세상도 알고 대통령도 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거의 전원을 교체한다. 전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해 임명권이 일시(一時)에 쏠린 것이다. 헌법이 대통령·대법관·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를 각기 달리한 뜻은 대통령의 '임명권 독재'를 막기 위해서다. 그것이 삼권분립을 통해 소수자(少數者) 보호의 둑을 쌓으려는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굴러들어온 임명권을 이용해 두 헌법기관을 내 편의 보루(堡壘)로 만들었다. 단 한 건(件) 예외가 없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비슷한 임기를 남겨두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휘호(揮毫)를 쓰며 그 뜻을 새겼는데도 '대통령의 운명'을 피해가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시작은 있되 끝은 없다'는 유시무종(有始無終)의 오만만큼 무서운 덫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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