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北비핵화' 정체는 韓·北·美 합작 한국민 속이기


[양상훈, "'北비핵화' 정체는 韓·北·美 합작 한국민 속이기," 조선일보, 2019. 1. 24, A30쪽;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신년 회견에서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탄)을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해서 신뢰가 깊어지면 전체적 비핵화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ICBM 얘기가 다시 나와 의아했는데 거의 동시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궁극적으론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북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폐기하면 미국은 북핵을 현상 유지 선에서 적당히 타협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북핵 위기 초기부터 제기돼온 것이다.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을 앞두고 그 얘기가 다시 나오는 것은 심상치 않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목표를 낮추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완전, 검증, 불가역적 비핵화(CVID)'라는 국제 합의를 놔두고 FFVD란 용어를 새로 만든 것부터 이상했다. 북한이 싫어한다고 원칙에서 물러서기 시작한 첫 조짐이었다. 트럼프 입에서 '비핵화'란 말은 '북이 더 이상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로 바뀌었다.

작년 5월 트럼프는 북의 단계별 비핵화 요구에 대해 "비핵화 방식은 한꺼번에 일괄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축했었다. 폼페이오도 "북한 비핵화를 잘게 세분화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과거에 걸었던 (잘못된) 길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단계별 비핵화'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비핵화 오리무중'과 같은 뜻이다.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던 폼페이오는 최근엔 "우리는 비핵화가 긴 과정이 되리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다"고 말을 180도 바꿨다. 그는 "북핵과 미사일의 확장 능력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했다. 북핵 폐기는 '먼 목적지'이고 당장의 과제는 북핵 동결이라는 것이다. 작년 한때 마치 북핵 폐기가 곧 달성될 듯이 장담하던 그 사람들이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

북핵 폐기가 안 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그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다.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의 승부에서 충돌 직전에 기수를 돌릴 측은 김정은이다. 남북한 통틀어 최고 부자(富者)에다 왕(王)인 그는 잃을 것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충돌 직전이 아니라 그 근처에만 가도 기수를 돌릴 수밖에 없다. 체제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아는 김정은이 왜 귀중한 핵을 포기하겠나.

북핵 협상에서 한·미가 번번이 당하는 것은 북이 잘나서가 아니라 선거가 없는 종신 체제이기 때문이다. 대중 인기에 좌우되는 선거는 국가 현안의 실체(實體)가 아니라 잘 포장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 대중 정치인들은 '북이 핵 폐기에 응하지 않는다'는 실체를 어쩌지 못하게 되면 그 위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마치 무언가 진전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일을 먼저 시작하게 된다.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가 1년 10개월 남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이 1년 2개월 남았다. 사실상 코앞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은 북 핵탄두와 우라늄 농축 시설 신고·검증과 같은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 채 ICBM과 영변 플루토늄 시설 등 지엽적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트럼프는 "믿을 수 없는 환상적 결과가 나왔다"고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 비핵화가 결정적 고비를 넘어섰다"면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으로 평화가 정착된다"고 할 것이다. 실체보다 훨씬 더 멋지고 과장된 이미지를 만드는 포장 작업이다. 대중은 속아 넘어가겠지만 북핵은 그대로다. 핵 인질이 되는 것은 미국민이 아니라 한국민뿐이다.

현 정권 인사들도 '합의에 의한 북핵 폐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다고 한다. 비핵화는 겉으로 하는 말일 뿐이고 ICBM 폐기 등으로 미국을 달래고 제재 완화로 북을 달래면서 협상을 길게 이어가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라고 한다. 자연히 비핵화 성패가 아니라 지지율과 선거에 도움이 되는 남북 이벤트가 관심사다. 말은 절대 안 하겠지만 이들의 진짜 속내는 '북핵 있는 평화'다. 핵에 눌려 사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들은 얘기 중에는 박한식 미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말이 솔직했다. 민주당은 50여 차례 방북한 박 교수를 자신들 편으로 안다고 한다. 그래서 초청 강연회를 열었는데 박 교수는 그 자리에서 "북은 이미 핵 원료, 제조 기술, 제조 경험, 핵탄두를 가졌다. 북 당국이 인민들에게 '우리는 이미 핵 국가이고 세계 열강이 모두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핵은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되지도 않는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식으로 절대 비핵화되지 않는다. 북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에게 닥친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만족하고 제재를 해제하는 단계도 오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핵 보유 북한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강연을 공개로 시작했다가 당황해 도중에 비공개로 바꿨다. 실체를 가린 포장지를 박 교수가 벗겨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3/2019012303862.html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대북개념 망언 퍼레이드 1259
124 [북핵문제, 안보] 핵연료재처리라도 따 와야 11
123 [북핵] 미국이 ‘金 정권 종말’ 경고한 까닭 17
122 [북핵, 안보] “북에서 일주일만 살아도 안다”는 김정은의 비핵화 거짓말 23
121 [안보, 북핵] ‘한반도 비핵화’ 아닌 ‘한반도 핵 억지’가 발등의 불 21
120 [안보, 북핵] 북 ICBM 또 발전, 다음엔 핵실험, 韓 안보 이대로 안 돼 18
119 [안보, 북핵] 5년 뒤 북핵 200기, 대한민국 존립 위협 시작된다 18
118 [북핵, 안보] 北 ‘핵 선제 타격’ 법에 명문화, ‘가짜 비핵화 쇼’의 참담한 결말 19
117 [북핵문제,안보] 美전문가들 “한국은 독자 핵무장하고 미국은 지지해야” 25
116 [북핵, 안보]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3
115 [안보, 북핵] 北, 2027년 핵무기 242기 보유… 전면전 때 핵무기 78발 쏠수도 34
114 [북핵, 안보] 최강,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8
113 [북핵, 안보] 윤덕민,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36
112 [북핵] 사설: 文 정권이 한미 공동성명에 ‘北 비핵화’ 못 넣게 막은 것이다. 51
111 [북핵, 안보] 윤덕민, "文정부, ’20년 전 외교 참사' 되풀이할 텐가" 49
110 [안보, 북핵] “비핵화는 실패, 북이 이겼다” 안보 정쟁 당장 멈추라 17
109 [북핵, 문재인] 북이 핵 선제타격 한다는데 ‘남북 쇼’ 자찬한 文 20
108 [북핵, 좌파정권] 한국에 핵 선제 타격한다는 北에도 침묵하는 민주당 18
107 [북핵] 대북 헛똑똑이들 20
106 [북핵, 안보] 北 ‘핵 선제 타격’ 법에 명문화, ‘가짜 비핵화 쇼’의 참담한 결말 18
105 [북핵] 국정원장 “나도 김정은이 핵 포기 않을 거라 생각” 22
104 [안보, 북핵] IAEA “北核 전력 질주” 경고, 다음날 文은 “종전 선언” 반복 24
103 [북핵문제,안보] 美전문가들 “한국은 독자 핵무장하고 미국은 지지해야” 27
102 [북핵] 文, 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으라했지만… 결국 부도수표 18
101 [북핵, 안보]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4
100 [안보, 북핵] 北, 2027년 핵무기 242기 보유… 전면전 때 핵무기 78발 쏠수도 39
99 [북핵, 안보] 최강,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8
98 [북핵, 안보] 윤덕민,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36
97 [북핵] 사설: "文·트럼프 서로 비난, 北 비핵화 ‘TV 이벤트’의 끝" 26
96 [북핵] 사설: 文 정권이 한미 공동성명에 ‘北 비핵화’ 못 넣게 막은 것이다. 54
95 [북핵, 안보] 윤덕민, "文정부, ’20년 전 외교 참사' 되풀이할 텐가" 49
94 [북핵, 안보] 최강,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을 우려한다" 51
93 [안보, 북핵] 사설: "北 핵잠, 전술핵, 극초음속체 예고에도 文 침묵, 안보를 포기했다" 42
92 [안보, 북핵] 사설: "김정은 36번 核 언급 ‘핵증강’ 선언, 얼빠진 文 정부 반응" 54
91 [안보, 북핵] 사설: "金 核 무력 대놓고 과시하는데 “손잡자” 한마디에 靑 또 반색" 61
90 [안보, 북핵] "폭탄 쏴도 평화 외쳐야" "다주택은 형사범" 황당 언행 끝이 없다 59
89 [북핵, 안보] 핵보유국 외친 김정은 "낙동강 철수 恨 못잊어" 60
88 문재인 정권의 치부 드러낸 볼턴 회고록 57
87 비건이 볼턴 회고록에 30번 등장하는 이유 59
86 [안보, 북핵] 천영우, "집권세력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無知" 63
85 '평화' 주장하며 평화 막는 북핵엔 한마디 안 하는 정권 58
84 국민 90% "北, 핵포기 안할 것" 56
83 볼턴의 책은 한·미 동맹 생존을 묻는다 51
82 한·미 정권에 필요했던 건 북핵 폐기 아닌 TV용 이벤트 66
81 금강산 관광 강행은 국가적 자살 행위 64
80 화살 쏜 후에 과녁 그리는 데 성공한 북한 154
79 美 정보수장도, 우리 국민도 '북 核 포기 않을 것' 149
78 北 핵폭탄·농축시설 다 그대론데 韓·美는 훈련까지 폐지 128
77 北 비핵화 실패 대비해 核 억제력 획기적 강화해야 127
76 아직 미·북 간 '비핵화 개념' 합의도 없었다니 여태 뭐 한 건가 183
75 트럼프 '북핵·미사일 실험 원치 않을 뿐'이라니 114
74 美 정보 수장 이어 군 사령관도 '北 완전 핵 포기 안 할 것' 130
73 美 정보 수장들 '김정은 核 포기 안 할 것' 128
72 이럴수가! 文, 한반도 비핵화 의미 알고도 서명했다? 115
71 우리도 核을 갖자 126
» '北비핵화' 정체는 韓·北·美 합작 한국민 속이기 146
69 '핵·천안함·금강산' 그대론데 대통령이 섣불리 '해결됐다' 하나 128
68 '김정은식 비핵화'와 '사실상 핵보유' 담은 北 신년사 164
67 1년 만에 드러난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의 진실 157
66 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143
65 정부 '북핵 신고는 뒤로' 핵 폐기 역행으로 간다 159
64 북핵 폐기 실질 진전 뭐가 있나 201
63 核무장 120만 북한군 앞에서 병력 12만 줄인다는 국방 실험 158
62 "北비핵화 논의한 적 없다"는 靑의 실토 150
61 北核 협상,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 세력권에 편입된다 198
60 韓美日 '北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 없다' 이것만은 지켜야 172
59 한·미 정부 北과 협상 내용 더 이상 과대 포장하지 말라 187
58 중국 '우리가 승리,' 일본, 낭비의 정치쇼 162
57 美·英 언론들, '영업사원같은 트럼프, 김정은에 농락당했다' 266
56 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196
55 미국-북한 회담에 대한 논평 187
54 역사에 한국민은 '전략적 바보'로 기록될까 251
53 수백조원 대북 지원 美는 돈 내지 않겠다는데 165
52 北은 1956년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다 204
51 '북핵은 南韓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188
50 핵 동결 상태에서 北과 평화협정 맺으면 진짜 안보 위기 온다 212
49 북한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4가지 이유 244
48 대화(對話)만능주의를 경계한다 224
47 여덟 번 약속 깬 뒤의 아홉 번째 약속 260
46 우리 국가안보실장이 북의 뻔한 '프로파간다'를 전했다 211
45 이 거대한 자해 劇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269
44 미래 主權 양보한 사드 합의, 폭력적 보복 재발한다 232
43 '설마 공화국'의 핵EMP 무방비 217
42 '北 핵보유는 인정'하고 '韓 전술핵은 반대'하나 234
41 김정은이 우리 예금을 '0'으로 만드는 날 241
40 북한이 핵을 들고 서해를 기습했을 때 251
39 진짜 평화 위해 전술 핵무기 재배치해야 499
38 북핵 안고 그냥 사는 거지 269
37 북핵(北核),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미신(迷信) 239
36 반전반핵가(歌) 북을 향해 불러라 383
35 현 시점의 대북지원·대화 추구는 ‘북핵 제재’ 이탈이다 242
34 美는 核 비확산 지키다 피해자된 한국민 이해하나 326
33 中 등 핵보유국이 북핵 안 막으면 NPT 흔들릴 것 293
32 北核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316
31 중국의 착각,미국의 오해 342
30 北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 탑재 가능… 美 본토에 실질적 위협 385
29 북핵 키운 그들의 망언 827
28 북핵 저지,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882
27 왜 핵무장론인가? 777
26 북핵, 독자적 핵 억지력 보유가 해법이다 765
25 중국이 원유․쌀․돈줄 등 북한의 급소를 누를 때다 1011
24 나라, 국민 지키려면 '원치 않은 결단' 내릴 수 있다 755
23 北의 핵실험, 구경만 할 것인가 907
22 북이 대륙간 탄도탄(ICBM)을 만드는 이유 779
21 남이 핵 가져야 북이 협상한다 925
20 아무리 무기 좋아도 정신 무너지면 고철 881
19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925
18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887
17 북도발 규탄에 좌우 따로 없는 유럽 1146
16 한반도 비상시 미군 신속하게 증파 못할 것 1110
15 북 위협에 대한 원칙적 입장 필요하다 1079
14 북(北)은 우리를 겨냥한다 1089
13 이래도 '안보 위협'이 아닌가? 1124
12 북의 우라늄 농축 선언 1069
11 ‘핵 게임’ 김정일의 네 가지 노림수 1107
10 核도 갖고 南에 14조원 덤터기도 씌우려는 北 1033
9 결코 이행 못할 문서 또 생산 1016
8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1121
7 미군철수→ 순식간 남한 적화(赤化) 993
6 남한 겨냥 미사일 시험발사 1105
5 김정일, “핵무기로 조국통일 완수” 계획 1089
4 준전시 행동요령 12개항 987
3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NYT 인터뷰 1055
2 北核실험의 대비 972
1 국회는 ‘북핵 特委’ 구성하라 1109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