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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인권법 폐지’ 요구를 ‘유엔 권고’로 둔갑시킨 인권위

[사설: "北의 ‘인권법 폐지’ 요구를 ‘유엔 권고’로 둔갑시킨 인권위," 조선일보, 2021. 1. 9, A27쪽.]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전략 보고서에서 유엔 권고라며 “북한 인권법 폐지”를 “향후 과제”로 명시했다. “국제 인권 규범의 국내 이행을 위한 인권위 역할이 중요해졌다”고도 했다. 유엔 인권 기구가 2017년 한국에 북 인권법 폐지를 요구한 만큼 앞으로 이행하겠다는 뜻이다. 유엔이 북한 인권법을 폐지하라고 했다는 이상한 이 일은 알고 보니 인권위의 황당한 왜곡이었다. 당시 한국 인권 상황을 검토한 유엔 회원국 90여 국 중 오로지 북한 한 곳만 북한 인권법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다른 국가들은 200여 가지 권고를 하면서도 북 인권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권위는 마치 유엔 차원에서 북한 인권법 폐지를 권고한 양 둔갑시킨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 민주당은 북 인권법을 11년간 표류시켰다. 2016년에야 마지못해 국회 통과에 합의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법이 정한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을 ‘재정적 손실’을 이유로 폐쇄했다. 북한 인권 대사도 임명하지 않고 북 정권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에는 2년 연속 불참했다. 북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대북 전단이 “적절치 않다”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에 앉히기도 했다. 그러니 인권위가 ‘북 인권법 폐지는 유엔 권고’라는 황당한 왜곡을 ‘실수'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권위 보고서는 ‘북 인권 개선 활동이 북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북 주민을 노예처럼 짓밟고 있는 주체가 북한 정권이다. 당연히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규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인권위는 그것이 잘못인 양 한다.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비판하지 않고 어떻게 북한 인권을 개선하나. 작년 국감에서 인권위원장은 북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 소각까지 했는데도 ‘피살’인지 ‘사망’인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유린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챙기는 이들이 ‘인권’ 간판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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